서영완 작곡가
'클래식' 음악처럼 '재즈(Jazz)'음악의 감상을 위해서는 약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이는 들었을 때 즉각적으로 좋다/싫다의 판단이 가능한 대중음악과는 크게 구분되는 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재즈는 친숙해지기 쉬운 상대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인 이유를 찾아보면 '스윙(Swing)'이라는 재즈의 초창기 모습, 춤추기 좋은 '빅밴드(금관악기 위주의 재즈 오케스트라)'음악의 경쾌함과 리듬의 박력이 여러 경로를 통해 매우 빠르고 기교적인 양상으로 변모하면서 결코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출수 없는, 그리고 감상하기에는 까다로운 음악으로 발전하면서 부터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재즈의 양상은 1950, 60년대를 주름잡던 '싸이키델릭'한 전위적인 음악의 영향을 받게 되고, 드디어 '프리재즈'라는 형태가 등장하면서부터 도저히 재즈연주자의 입장이 아니고서는 음악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까지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경향은 70년대에 그 정점을 이룬다.
현재의 재즈 뮤지션들은 이런 모든 시도들의 결과를 물려받아, 음악적인 실험과 난해함을 벗고 청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기를 고민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브레드 멜다우'나 '히로미 우에하라'처럼 즉흥연주가 강조된 재즈이면서 클래식을 듣는 듯한 고도의 기교와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준다던지, 색소폰 연주자 브렌포드 마샬리스처럼 다른 장르와의 접목을 시도하거나, 트럼펫 연주자 윈턴 마샬리스와 같이 과거 스윙재즈의 영광으로 회귀할 것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렇게 재즈는 우리에게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우리는 사실 재즈를 즐긴다고 말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감상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재즈는 이해하며 감상할 때 더 많은 심미적인 만족감을 전달하는 음악으로 다른 장르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 매력중 하나를 들면, 재즈는 연주자들의 음악적 깊이가 즉흥이라는 테크닉으로 음악에 그대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하나의 리드시트(Leed Sheet : 멜로디와 코드만 적혀져 있는 재즈에서 주로 사용되는 악보)는 시대를 거쳐 무수히 많은 음악가들에 의해 연주되고 있으며, 또한 각각 연주자들의 고유한 색채와 깊이를 들려주는 음악으로 완성된다. 이처럼 하나의 악보가 시대를 가로질러 연주되기 위해서는 모든 연주자들이 지켜야 하는 공통된 최소한의 음악적인 틀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 틀이 바로 '코드진행(거기에 따르는 스케일)'과 '리듬'이다. 즉 코드진행과 마디의 수, 그리고 리듬만 지켜진다면 그 이외의 모든 음악적인 선택은 연주자의 자유로 맡겨진다는 점이다. 이는 서로의 연주를 비교할 수 있고 또한 새로운 음악적 가능성으로 서로에게 받아들여지게 하는 잣대로 작용한다. 이것은 작곡가에 의해 모든 것이 악보로 완성된 후 연주자에게 전달되는 클래식과 비교되는 점으로 작곡가 보다는 연주자에게 보다 많은 음악적 자유와 가능성을 열어주는 재즈만의 특징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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