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투병하다 지난해 11월 12일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없는 레이스를 떠난 고(故) 이민혜 선수의 언니 이혜진 씨가 동생에게 수여된 24회 코카콜라 체육대상 특별상을 받아들고 눈물 섞인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어머니에게 연금을 안겨드리고 싶다"는 이유로 중고 자전거를 장만해 사이클 선수 생활을 시작한 이민혜는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여자사이클 개인추발 금메달, 포인트레이스 은메달로 빛을 봤다. 2008년 찾아온 갑상선암을 비웃기라도 하듯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 도로독주 금메달, 개인추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환희의 시간은 그러나 길지 않았다. 이번에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 이민혜를 괴롭혔다. "다시 일어나 사이클을 타겠다"며 병마와 싸웠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이민혜의 어머니인 최강희씨와 언니 이혜진씨가 참석했다. 울먹이는 엄마와 이제는 영상에서만 만날 수 있는 웃고 있는 동생을 대신해 언니 이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씨는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스스로 사이클을 선택했고, 꼬박 20년을 탔다. 치열한 경쟁을 하는 운동 선수가 평소 자신과의 싸움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옆에서 봤다. 처음 백혈병 진단 받았을 때 너무 당당하고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에 놀랐다. 이것만 이겨내면 다시 달릴 수 있다고, 끝까지 꿈을 꿨다. 누구보다 사이클을 사랑했고, 열정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씨는 울먹이면서도 꿋꿋이 말을 이어갔다. "민혜를 기억해주고 이름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 주신 상을 민혜 옆에 잘 두겠다"는 이씨는 "비록 하늘로 레이스를 떠났지만 꽃길을 깔아주시고, 배웅해주신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동생을 기리는 이씨의 수상 소감에 함께 자리한 동료 체육인들은 따뜻한 박수로 화답했다.
시상자로 나선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는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같은 현장에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누지는 못했다"라며 "선수촌에서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어 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이 직접 병문안을 해서 쾌유를 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김학범 감독님께 허락을 얻어 병문안했다"라고 말했다.
홍 전무는 "병문안하러 다녀온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라며 "아직도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선수가 많다. 앞으로도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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