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통]아카데미영화상의 변화

입력 2019-02-25 19:30:00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변해야 산다'는 디지털 시대에 나온 구호다. 생활의 틀이 바뀌니, '변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했다. 살의(?)가 번득이는 자극적인 전제지만, 인간은 늘 추세에 맞춰 변해왔다. 그것이 성장이고, 발전이다.

미국 아카데미영화상은 가장 미국적인 상이다. 전년도 LA에서 1주일 이상 상영된 영화가 대상이니 미국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칸을 비롯해 베니스와 베를린,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와 궤를 달리하고 있다.

올해로 91회를 맞지만 흑인 감독은 단 한 차례도 감독상을 받지 못했다. 동양인은 이안, 여성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유일하다. 몇 년 전 시상식 사회를 맡았던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은 "아카데미 시상식에 왔어. 다른 이름으로는 백인들을 위한 시상식이라고 하지. 이 자리도 투표로 뽑았다면 난 여기 있지도 못했을 거야"라고 인종차별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그랬던 아카데미영화상이 몇 년 전부터 변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초로 퀴어(성소수자) 영화인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받았고, 올해는 더 다양한 영화들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로마'는 멕시코 두 여성의 삶을 담고 있고, '블랙클랜스맨'은 흑인 감독인 스파이크 리의 연출작이다. '그린북' '보헤미안 랩소디'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는 퀴어 코드를 담고 있고, '블랙 팬서'는 처음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히어로물이다.

아카데미 감독상은 몇 년 전부터 외국계 감독들이 휩쓸고 있다. 2017년 '라라랜드'의 다미엔 차젤레는 프랑스계이고, 2018년 '쉐이프 오브 워터'의 기예르모 델 토로와 올해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은 멕시코 출신이다. 2016년과 2015년 역시 '레버넌트'와 '버드맨'의 멕시코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수상했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추세에 보수성의 아성이었던 아카데미영화상까지 바뀌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영화적 본질에 충실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비즈니스 마인드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것 또한 다분히 미국적이지만 그래도 변화를 모색한 것은 미래지향적이다.

filmt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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