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부들이 뿔났다. 그물에 걸려오는 불가사리들이 점점 많아지자 화가 난 어부들이 불가사리를 모두 토막 내서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불가사리 수가 몇 배나 더 증가해버렸다. 이 일은 1950년대에 실제로 일본 도쿄만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우리 상식으로는 식물이든 동물이든 잡아서 토막 내어 던져버리면 죽는다. '토막살인'이란 말이 있듯이 당연히 죽어야 한다. 그런데 불가사리는 그 토막 난 조각들이 몸의 나머지 부분을 재생해 내어서 각각 한 마리의 불가사리가 된다. 이처럼 불가사리는 놀라운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불가사리 외에도 놀라운 재생 능력을 자랑하는 생물들이 여럿 있다. 그런데 우리는 왜 이런 재생 능력이 없을까? 우리도 불가사리처럼 몸의 일부를 잃게 되었을 때에 그 손상된 부분을 재생해서 다시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물의 신기한 재생에 대한 비밀을 밝혀낼 수 있으면 그것을 이용해서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 과학자들이 재생을 잘하는 생물을 연구하여 그 재생의 비밀을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는데 어떤 비밀이 밝혀졌는지 살짝 들여다보자.
◆재생 잘하기로 소문 난 생물들

불가사리처럼 재생을 무척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생물들이 있다. 출아법으로 유명한 히드라는 몸의 한 부분에서 마치 싹이 나는 것처럼 돌출된 부분이 떨어져서 새로운 개체로 자라간다. 기다란 몸통 구조로 되어 있는 히드라를 자르면 잘린 부분에서 재생이 시작되어 두 마리가 된다. 여러 조각으로 잘라도 각각 잘린 조각이 모두 하나의 개체로 재생해서 자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히드라가 재생을 잘하는 비결은 몸의 대부분에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줄기세포는 다른 조직 세포로 분화되어 손상된 부분을 재생해낼 수 있는 세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해파리의 일종인 작은보호탑해파리는 영생불사의 생물이라 불릴 정도로 오래 산다. 열대와 온대 기후의 바다에 사는 5 밀리미터 정도로 작은 이 해파리는 다 자라서 번식이 끝난 뒤에 죽지 않고 거꾸로 어린 개체로 되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이 해파리는 나이를 알 수가 없다. 이뿐만 아니라 이 해파리도 손상된 몸을 재생하는 능력이 크다. 이 외에도 재생을 잘하는 생물로서 빼놓을 수 없는 해삼과 같은 생물도 있다. 해삼은 몸이 잘려도 재생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장을 제거한 후에 물속에 넣어도 다시 재생해서 살아난다고 하니 재생 능력이 정말 대단하다.
◆도롱뇽은 다리도 재생한다!

우파루파라고 불리는 우스꽝스럽게 생긴 귀여운 멕시코도롱뇽이 있다. 아쿠아리움에 가면 볼 수 있는 아주 재밌게 생긴 도롱뇽이다. 이 멕시코도롱뇽은 다리가 절단되어도 다시 재생된다. 미국 MID 생물학 연구소에서 멕시코도롱뇽의 피부 재생이 가능한 이유가 아체(Blastema)라고 불리는 분화가 덜 된 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서 2016년에 학술지 플로스 원에 보고하였다. 이 도롱뇽은 손상된 신체 부위에서 아체가 만들어지고 세포분화가 진행되어 손상된 조직을 원래대로 재생하여 복구한다.
그리고 2018년 2월에 학술지 네이처지의 표지에 멕시코에 사는 우파루파 도롱뇽 사진이 실렸다. 이 도롱뇽은 팔다리와 꼬리뿐만 아니라 뇌와 척수도 재생해내는 놀라운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최근 독일 하이델베르크 이론연구소와 독일 막스플랑크 분자세포생물학 및 유전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우파루파의 유전체를 완전히 해독하는 데 성공했다고 2018년 2월에 네이처지가 밝혔다. 우파루파의 DNA는 32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다. 사람의 DNA가 30억 쌍의 염기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우파루파는 사람보다 10 배나 더 많은 DNA의 염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파루파가 사람보다 10배나 더 긴 DNA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이것을 보면 무조건 DNA가 길다고 더 우수한 몸을 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이 가지지 못한 놀라운 재생능력을 우파루파가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에 사람이 가진 기능이 월등히 우수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파루파 도룡뇽의 DNA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다리도 재생해내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무척 기대된다.
◆적혈구의 유전자로 재생한다!

적혈구에 유전자가 있다고? 우리는 적혈구에 유전자가 없다. 우리가 가진 피 속의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헤모글로빈만 잔뜩 들어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적혈구에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생물이 있다. 바로 도롱뇽 영원(蠑蚖)이다. 최근에 이 도롱뇽에 대한 신기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도롱뇽 영원의 조직재생 과정에 적혈구가 관여한다는 연구결과가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018년에 보고되었다. 이 연구는 일본 쓰쿠바대학교 연구팀이 땅에서 생활하는 일본붉은배영원을 대상으로 조직재생 과정을 조사하여 얻은 결과다. 수십 개의 적혈구와 백혈구의 일종인 단핵구 한 두 개가 뭉쳐서 만들어진 덩어리가 절단된 다리 부위로 몰려와서 자리잡는 것을 연구원들이 포착했다. 그런데 여기서 신기한 일이 벌어지는 것이 관찰되었다. 바로 이 덩어리 속 적혈구에서 특이한 유전자가 많이 발현되는 것이 관찰된 것이다. 'Newtic1'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유전자는 특이하게도 도롱뇽에게서만 존재하는 것이다.
특이하게 양서류의 적혈구에는 세포핵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래서 적혈구 안에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재생이 필요할 때에 Newtic1이라는 유전자를 발현하는 것이다. 이 연구에서 모든 적혈구가 아니라 덩어리를 구성하는 적혈구에서만 Newtic1이라는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적혈구가 영원의 조직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플라나리아나 불가사리와 같은 하등생물체에서는 재생이 쉽게 일어나지만 사람과 같은 고등생물체에서는 재생이 제한적으로 일어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는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여 만들어진 하나의 세포로부터 시작되어 엄마 배 속에서 세포가 분화하여 조직과 장기들이 만들어지고 팔다리가 생겨서 태어났다. 생물의 재생에 대한 연구가 좀 더 진행되면 미래에는 우리의 손상된 장기나 팔다리도 다시 재생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꿈을 가만히 가져본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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