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태극기 부대 실력행사에 전당대회 역 컨벤션효과 우려 증폭

입력 2019-02-19 18:33:44 수정 2019-02-19 20:09:46

극우 이미지 부각에 부담, 뾰족한 해법 없어 난감, 여당과 바른미래당 표정관리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참석 당원들이 지지자들을 연호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18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3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참석 당원들이 지지자들을 연호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5·18 망언 파동으로 컨벤션효과(대형 정치행사 직후 지지율 상승 현상)를 기대하기 힘들어진 2·27 전당대회에 반갑지 않은 손님까지 찾아들어 자유한국당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주축을 이루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특정 후보를 지지하며 과격한 언행으로 전당대회 분위기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우려를 해소할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치적 견해가 경합하는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 지지자의 선거운동 방식이 다소 과격하다고 해서 자제 부탁을 넘어 불이익을 줄 수는 없는 탓이다.

한국당 내부에선 태극기 부대의 '실력행사'가 절정에 달했던 18일 대구·경북 연설회 이후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비박계 좌장인 김무성 국회의원은 19일 기자들과 만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과격한 사람들이 결국 일을 그르치게 된다"며 "우리 당이 그런 과격분자들의 놀이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일부 이상한 모습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 당에는 충분한 자정 능력이 있다"며 태극기 부대에 대한 구체적인 비판은 하지 않았지만, 당의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공감을 나타냈다.

전당대회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은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상황이 걱정스럽다면서도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제101차 태극기집회 2부 집회 참가자들이 인덕원역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제101차 태극기집회 2부 집회 참가자들이 인덕원역까지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 전 국회의장은 "후보들 간 비방은 선관위가 주의를 줄 수 있지만, 동원된 청중들이 야유하는 것은 자제요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우리나라 민주주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선관위가 자제시키려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태극기 부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김진태 당 대표 후보는 "저를 지지하는 분들은 이번 전대가 당의 화합과 미래를 위해 치러진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품격 있는 응원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공식 의견문을 발표했다.

한국당의 자중지란(自中之亂)에 여당과 바른미래당은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법정구속, 손혜원 국회의원 부동산투기 의혹 등으로 수세에 몰렸던 더불어민주당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논평을 통해 "얼마 되지 않는 당내 극단적 세력에 의해 휘둘리는 자유한국당의 모습이 참으로 딱하다. '다 함께 미래로'를 외치지만 실상은 '나 홀로 과거로'인 행태는 안쓰러울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향후 보수진영 재편과정에서 한국당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하는 바른미래당은 한국당의 '참모습'이 드러나고 있다며 공세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정화 대변인은 "장외를 떠돌던 '태극기 모욕 부대'가 한국당에 정착했고, 흥행에 목마른 한국당은 막말·왜곡·거짓이 일상인 집단을 두 팔 벌려 끌어안았다"며 "선동부대·바람잡이 부대와 반성도 비전도 없는 한국당의 결합으로 전당대회는 잔당(殘黨)대회로 전락했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