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대구엑스코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2·27 전당대회 합동연설회를 지켜본 많은 한국당 관계자는 "정말 부끄럽다"고 탄식했다. 몇몇 당원은 "지금껏 지켜온 당심을 이젠 내려놓아야 할 때인가"라며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당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당대회가 후보자들의 색깔론, 막말로 얼룩졌고 일부 과격 당원들의 격을 잃은 행동은 보수의 또 다른 분열을 불러올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진단대로 이날 합동연설회는 연설회장을 장악하다시피한 극우 성향 당원들로 '우클릭'됐다. 과거 같으면 조심스러워서 했을 주장들이 여과 없이 행사장에서 터져나왔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에게 "XXX야 내려가", "꺼져" 등 수백 명의 야유가 쏟아졌다. 김 위원장이 "조용히 해주세요"라고 외쳤지만 야유는 더욱 거세졌고 김 위원장은 한동안 말을 멈춰야 했다.
이른바 '5·18 망언 논란'에 김 위원장이 김진태 후보 등 관련자들을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징계를 이끌었다는 게 이유였다.
연설회장 밖에서도 극우 성향 당원들은 상대 후보 지지자에게 손가락질하거나 막말을 퍼부었다. 5·18을 폄훼하는 현수막이나 구호도 난무했다.
행사를 준비한 대구시당·경북도당은 '당원이 아니신 분은 입장할 수 없습니다'라고 안내하며 당원에게만 연설회장 입장 비표를 나눠주고 경비요원을 추가로 배치하는 등 질서유지에 각별히 신경을 썼으나 과격한 언사까지는 통제하지 못했다.
김준교 청년 최고위원 후보는 "주사파 문재인 정권을 탄핵시키지 않으면 자유대한민국이 멸망하고 통일돼 북한 김정은의 노예가 될 것", "(문재인 대통령) 저딴 게 무슨 대통령인가. 저는 절대로 저자를 우리 지도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등의 막말을 쏟아냈다. "종북 문재인을 탄핵하자"고 외쳤을 땐 환호가 연설회장을 채워졌다.
간혹 자제를 요청하는 말들도 들렸으나 이들의 함성에 이내 묻혀 버리기 일쑤였다.
연설회장은 '극우'로 열기를 데웠으나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했다. 한 당직자는 "전당대회가 이런 식으로 가면 당이 새 출발하는 게 아니라 수십 년 전으로 후퇴하는 모습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수의 새로운 비전'이 아닌 '우경화'에 방점이 찍혀 버린 전당대회를 걱정하는 건 한국당 당직자들만의 몫은 아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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