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 1. 도시농업의 개념과 가치 변화

입력 2019-02-23 03:30:00 수정 2019-02-27 14:51:28

식량 생산 넘어 여가·환경·공동체 회복 위한 새 산업으로

대구 명덕초교 학생들이 학교 상자 텃밭에서 상추를 키우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명덕초교 학생들이 학교 상자 텃밭에서 상추를 키우고 있다. 대구시 제공
대구 명덕초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기른 야채로 고기쌈을 먹는
대구 명덕초 학생들이 자신들이 직접 기른 야채로 고기쌈을 먹는 '수육데이'를 마련했다.

세계적으로 도시농업이 취미활동을 넘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식량부족을 겪고 있는 국가에서는 식량생산을 위한 자투리 농지활용 차원에서, 식량걱정 없는 선진국들은 건강관리와 여가생활, 공동체 문화회복, 환경보호, 귀농예비인구 양성 차원에서 '도시농업'을 육성, 지원하고 있다.

매일신문은 2019 연중기획 '도시농업이 경쟁력이다'를 12월 말까지 이어간다. 도시농업이 '도심 속 자투리 농사'를 넘어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도시인의 삶과 도시경쟁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살펴보는 한편,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우리 도시농업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파헤친다.

◇ 세계 각국의 도시농업 현황

각국의 도시농업형태로는 일본의 체재형 시민농원, 영국의 얼랏먼트(allotment), 독일의 클라인 가르텐(Klein Garten), 캐나다의 커뮤니티 가든, 러시아의 다차, 쿠바의 도시농업 등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는 빈민촌에 텃밭을 경작해 수확물을 주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저렴한 값에 공급하는 도시농업단체들이 활동하고 있다. 또 아시아, 남미계 이주민들은 자신들이 본국에서 재배하던 채소를 도시텃밭에서 재배해 고향의 맛과 음식문화를 이어간다.

세계 최첨단 도시 뉴욕에는 옥상에 텃밭을 둔 빌딩만 600개가 넘고, 캐나다 몬트리올에는 8,000곳이 넘는 텃밭이 있다. 미국 시애틀에는 도심 곳곳에 대규모 도시농업 구역이 있고, 각 구역마다 특색 있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유기농으로 키운 야채를 자가소비하는 것은 물론 남는 농작물을 '무인판매대' 혹은 '축제형 장날'을 정해 이웃에 판매도 한다. 뉴욕, 파리, 런던, 도쿄의 도심 빌딩에서는 야채뿐만 아니라 도시양봉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나라도 국민들의 취미·여가·교육 활동 증가와 정부의 도시농업 육성정책에 따라 도심에서 농업을 찾는 인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도시 농업 참여자는 2010년 15만3천 명에서 2017년 189만4천 명으로 증가했으며, 도시텃밭 면적도 2010년 104ha에서 1천1백6ha로 늘어났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2년까지 도시 텃밭 면적을 2천㏊로, 도시 농업 참여자를 400만 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대구에는 2018년 12월 현재 7만2천200여명이 도시농사에 참여하고 있으며, 공영농장 9개, 도시농업텃밭 11개, 학교농장 99개, 상자텃밭 702개, 옥상텃밭 26개 등 총 847개소에 텃밭이 마련돼 있다. 총면적은 14만6천242㎡다. 비공식적인 텃밭도 많아 그 숫자와 면적을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어렵다.

가족단위로 참가한 도시농부들이 수성구 천을산 공영 도시텃밭에서 채소를 심고 있다.
대구도시농부학교 전경. 매일신문 DB
가족단위로 참가한 도시농부들이 수성구 천을산 공영 도시텃밭에서 채소를 심고 있다.

◇ 도시농업의 개념과 목표의 변화

지금까지 농업은 국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산업이었다. 따라서 농업의 주된 목표는 생산성 향상이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도시농업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선진국을 비롯해 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 개발도상국들 중 일부는 이른바 녹색혁명으로 식량부족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물론 녹색혁명의 물결이 도달하지 못한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는 여전히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시달린다. 그래서 아프리카 각국의 '도시농업'은 자투리 토지를 이용해 생산량을 늘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녹색혁명을 완수한 국가들의 '도시농업'은 식량증산을 넘어 건강한 삶과 환경개선 및 교육이나 공동체 회복 등 도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산업으로 개념과 목표가 바뀌고 있다.

한 예로 서울시 도봉 노인 복지관은 2013년부터 독거노인들을 위한 '꿈에 Green(그린) 텃밭 이야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홀로 사는 노인들은 대체로 집 밖 출입을 않는 편이다. 그 결과 사회관계망이 무너지고, 노인들이 정신적 육체적 질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텃밭을 가꾸기 시작하고부터는 아침에 일어나면 상추, 배추, 고추가 어떻게 자라고 있나 궁금해 텃밭에 오고 싶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봉 노인복지관이 '꿈에 Green(그린) 텃밭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단순히 텃밭 가꾸기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정서적인 지원을 해주고, 사회적 관계망을 형성하기 위해서였다.

도봉 노인 복지관은 '꿈에 Green(그린) 텃밭 이야기' 사업성과를 분석한 결과, 텃밭 가꾸기 이후 노인들의 생활만족가 각 항목별로 10점 만점에 1~3점 정도 척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사회적 관계망 척도가 높아졌고, 우울감에 빠져 있던 노인들이 훨씬 밝아졌다는 것이다.

대구도시농부학교 전경. 매일신문 DB

※ 녹색혁명(綠色革命; Green revolution)이란.

개발도상국이 식량생산을 늘리기 위해 추진한 여러 가지 개혁과 이를 통한 성과를 일컫는 말이다. 개발도상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로 심각한 식량문제에 봉착하였고, 이는 경제발전과 공업화에 큰 장애였다. 이에 각국은 동일한 면적에서 재래종의 2배 이상을 수확할 수 있는 쌀과 밀 등 신품종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보와 댐 같은 수리시설 확충, 화학비료·농약투입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과 과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농업생산력은 빠르게 증대됐다.

◇ 함께 기르고, 배우고, 나누고

도시농업은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대구시는 2014년부터 '학교농장 조성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까지 학교농장 조성사업에 참여한 학교는 총 97개교 이고, 올 해는 40개교에 9천만 원을 지원 할 예정이다.

학교에서 경험하는 농업체험을 통하여 학생들은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알게되고, 생명과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다. 특히 함께 텃밭을 가꾸는 동안 교우간 협동심이 좋아지고 정서함양에도 좋은 밑거름이 될 것으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먹을거리 작물재배는 올바른 식생활 교육으로도 이어져 각 학교의 호응이 높다. 2018년도에는 대구 지봉초· 동대구초· 남덕초· 명덕초· 경진초· 장동초· 하빈초· 선명학교가 '학교농장 조성사업' 우수학교로 평가받았다.

대구시는 올해 효율적인 학교농장 관리를 위해 도시농업관리사가 참여하는 필수교육을 연 2회 실시한다. 이를 통해 학교농장 사업이 보다 전문적인 환경에서 진행되도록 하는 한편 도시농업 전문인력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구에는 도시농업관리사가 100명 가량 있다.

대구시 경제국 홍석준 국장은 "학교농장은 학생들의 협동심과 창의성 배양을 위한 교육공간으로 역할 할 것이며, 더 나아가 바른 먹거리의 중요성을 경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개인적 만족과 공익적 가치 커

도시농업은 농사에 참여하는 개인에게 정서적, 육체적, 물질적 혜택을 선사한다. 작물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게하고, 직접 기른 야채로 식사를 준비함으로써 가족간 유대와 대화를 늘리는 효과도 있다. 수확이 푸짐한 날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과 삼겹살 파티를 여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공익적 가치도 크다.

도시농업은 대체로 '작은농사'를 지향한다. 생업농부들은 넓은 논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비료와 농약, 기계장비를 투입한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환경오염이 뒤따른다. 개발도상국들을 배부르게 한 녹색혁명이 생산성 향상이라는 선물을 주는 대신, 환경오염이라는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반해 소규모 도시농사는 농약 대신 손으로 벌레를 잡고, 풀을 뽑는다. 그만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 이 외에도 도시 텃밭이나 건물옥상의 농원, 자연학습장은 삭막한 도시의 녹지구역이다. 도시의 녹색생태계를 건강하게 연결하는 거점 역할을 하는 것이다.

도심 곳곳에서 자라는 채소는 광합성과 호흡을 통해 산소와 수분을 배출해 도시를 건강하고 맑게 해 준다. 건물 옥상에서 자라는 채소는 여름철 열대야 경감, 건물의 냉난방비 경감 등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을 준다. 농업이 도시의 경쟁력인 것이다.

◇ 텃밭을 구할 때 주의할 점.

처음 텃밭농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덤벙대기 십상이다. 하지만 작은 텃밭농사를 짓는 데도 준비해야 할 것과 주의해야 할 것이 많다. 무턱대고 덤볐다가 한해 농사실패는 물론이고, 텃밭농사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텃밭을 구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을 짚어본다.

▶ 집에서 가까운 곳

텃밭은 집에서 가까울수록 좋다. 자동차를 타고 1시간 이상 가야 한다면 자주 가기 어렵고, 농사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집 근처가 아니더라도 자주 오고가는 동선에 텃밭이 있다면 매우 유리하다.

기온이 높고 비가 자주 내리는 여름철에는 2주일만 텃밭에 가지 않아도 풀이 엄청나게 자라기 마련이다. 자주 가지 못해 풀이 텃밭을 점령해버리면 엄두가 나지 않아 텃밭농사를 포기하게 된다

▶ 그늘지지 않는 곳

작물 재배에서 햇빛과 물을 빼놓을 수 없다. 높은 건물이나 산 그림자로 그늘이 진다거나 큰 나무가 주변에 있어 그늘지는 시간이 많다면 재배 가능한 작물 종류에 제한을 많이 받는다. 나무나 건물이 있어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 그늘이 드리우는 정도는 작물별 성격을 고려한 배치로 만회할 수 있지만 거의 종일 그늘이 진다면 텃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 물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곳

작물 재배에는 햇빛과 토양만큼 물이 중요하다. 빗물에만 의존해 키울 수도 있지만, 텃밭농사는 소규모로 단기간 키우는 작물이 많은 만큼 물을 주어야 할 때가 많다. 따라서 밭 근처에 반드시 물이 있어야 한다.

▶ 토질이 좋은 곳

토질은 좋을수록 좋다. 그러나 토질이 좋은 밭을 텃밭으로 분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텃밭농부가 입맛대로 밭을 구하기는 힘들다. 따라서 토질은 텃밭농부 스스로 보완해가며 농사를 짓겠다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소규모 텃밭농사에서 토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토질이 나빠도 33㎡(10평) 정도 규모의 텃밭은 퇴비와 부엽토로 얼마든지 옥토로 바꿀 수 있다. 토질은 텃밭을 구할 때 가장 후순위로 고려해도 된다.

▶ 텃밭 구입은 신중하게

텃밭 농부가 처음부터 토지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주변에 알아보면 10평(33㎡) 정도 텃밭을 구할 만한 곳은 많다. 텃밭농사를 짓겠다는 욕심에 땅부터 덜컥 구입하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땅이 없어 텃밭농사를 못 짓는 사람보다, 땅을 덜컥 사놓고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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