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양대 철도교통 허브 시대 개막…새로운 수요 창출인가, 분산에 따른 효율성 악화인가

입력 2019-02-18 06:30:00

오는 2021년 대구의 교통 지도가 확 달라진다. 동대구역에 집중됐던 철도교통 허브 기능을 나눠맡을 '서대구 고속철도역'이 서구 이현동 일대에 들어서면서 대구의 철도는 물론 교통 시스템에 대변혁을 맞이할 전망이다. 서대구역은 건립 이후 갖가지 신규 철도 노선들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고, 동대구역과 함께 '철도의 양대 허브 시대'를 열게 된다.

◆대구 새 교통 허브, '상승 효과' 극대화

대구시민들은 이르면 2022년쯤 서대구역에서 '대구권 광역철도'를 통해 구미나 경산으로 출근할 수 있다. 2027년부터는 대구산업선을 타고 온 달서구와 달성군 주민들이 고속철도로 갈아타고 서울 출장을 떠나거나, 대구권 광역철도로 바꿔 타고 직장으로 향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대구 어디에서든 도시철도를 이용해 환승할 수 있어 직장인들의 승용차 수요를 상당 부분 흡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대구역사
서대구역사

전문가들은 서대구역처럼 서로 다른 대중교통수단을 잇는 연결고리(허브·hub)는 교통공학적으로는 물론, 도시계획적 측면에서도 강한 상승 효과를 유발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교통연구원의 '전국 대중교통 연계 환승체계 구축 및 시설 확충' 연구에 따르면, 교통 허브를 활용해 교통수단 간 체계적 연계를 이뤄내는 것은 이동에 따른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한다. 편리해진 대중교통수단이 지금까지 자가용으로 통근하던 이들까지 새로운 수요로 흡수하면서, 이용객 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을 넘어 경기, 인천, 강원까지 뻗어 나간 수도권 전철의 사례에서 그 위력적인 상승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10년 경춘선 전철이 개통한 뒤 1년 만에 춘천을 찾은 관광객은 26.3%가 늘었고, 요식업소 매출도 34.6%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시 관계자는 "신규 철도 노선들은 서대구역을 사방으로 관통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이는 이른바 '광역 대구권'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 동반 상승 효과를 일으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했다.

◆'철도의 양대 허브' 시대, 우려와 전망은?

서대구역은 지금까지 동대구역에 정차하던 고속철도(KTX·SRT) 노선 20%가량을 가져올 예정이다. 새롭게 생길 미래 노선 상당수도 서대구역을 기점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일각에선 "교통 허브이자 관문 역할을 해왔던 동대구역의 기능을 분산시키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것.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달빛내륙철도의 종착역을 서대구역이 아닌 동대구역으로 결정해 동대구복합환승센터와 대구공항을 광역교통 단일 거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상당수 전문가들은 "동대구역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대구역은 이미 고속철도가 도시철도 수준의 운행 간격을 기록할 만큼 노선이 많아 더 이상의 성장은 어려운 상황인만큼 '새 거점'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

코레일의 2017년 기준 통계연보에 따르면, 동대구역의 여객 승하차 실적은 2천285만여명으로, 서울(3천10만여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김수성 대구경북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동대구역은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노선을 증설하려고 해도 서울행 열차만 5분에 한 대씩 출발하는 바람에 선로 용량 여유가 전혀 없다"며 "서대구역의 건립은 지금까지 동대구역까지의 이동이 불편했던 서남부권 수요를 끌어들인다는 의의도 있다. 단순히 노선을 분산하는 나눗셈이 아니라 '새로운 발전축'을 만든다는 관점"이라고 밝혔다.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 교수도 "동대구역과 운영 특성이 유사해 기능적 중복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지만, 현재까지 나온 계획으로는 타 도시보다 높은 도로교통 의존도를 낮추고, 상대적으로 발전이 더딘 서부권 개발의 촉매제가 되는 등 순기능은 더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공익적 기능 갖춘 도시개발 허브 돼야"

전문가들은 서대구역이 단순한 철도역을 넘어 시민 일상에 엄청난 영향을 줄 '중심 시설'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단지와 하·폐수처리장 등 거주 여건을 해치는 시설이 많아 '낙후지역'이라는 오명을 쓴 대구 서부권의 도심 환경을 되살려줄 앵커시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핵심은 도심 노후 산업단지의 재생이다. 서대구역 주변에는 악취와 공해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이 잦은 서대구산단과 염색산단 등이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서울의 대표적 도심공단인 구로디지털단지도 도시철도 2호선 역사와의 접근성 덕분에 소규모 제조업 위주 공단에서 IT 관련 벤처 기업이 밀집한 곳으로 탈바꿈했다. 교통수단의 파급력이 크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대구시가 동대구복합환승센터를 반면교사로 삼아 수익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공공 기능을 더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출·퇴근 승객을 위해 역사 인근에 대규모 환승 주차장을 짓거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출근하면서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을 입주시키는 방식이다.

윤 교수는 "동대구복합환승센터는 민자사업이다 보니 사업자 측의 주장을 지나치게 많이 반영해 수익성에 치중됐다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철도역은 교통의 허브이기도 하지만 도시개발의 허브이기도 한 만큼 공익적 기능을 더 많이 갖춰 동대구역과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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