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람 안 키운 대구경북, 지난 20년 거울삼으면 약 된다

입력 2019-02-14 06:30:00

대구 출신 주호영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27일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선거에 나설 대구경북 도전자는 없다. 정치권은 지난 2004년 박근혜 전 대통령과 2006년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이후 당 대표를 내지 못한 만큼 대구경북을 '당권 불임 지역'으로 폄훼하는 모양이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마땅한 결과이나 대구경북으로서는 참담하다.

대구경북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수 진영을 자청한 정당과는 남다른 인연을 이어왔다. 한국당이나 전신인 한나라당도 그랬다. 최근 20년을 넘어 오랜 세월 치른 뭇 선거 때마다 이들 정당이 거둔 압도적인 지지 투표 결실은 분명한 증거다. 오죽했으면 밖에서 대구경북을 일컬어 이들의 텃밭이라거나 '수구' 등 부정적 수식어까지 붙이기조차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

편향된 단색의 정치 지형도로 여야의 선순환적 경쟁이라는 정치 다양성은 사라지고 지역 활력도 떨어졌다. 쉽게 뽑힌 정치인의 경쟁력은 없어졌다. 특정당 공천만으로 임기가 보장된 꽃자리를 쉽게 차지하는 구도가 빚어낸 괴물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담금질과 체질 변화도 실종돼 활기찬 지역 발전은 더욱 어렵게 된 셈이다.

적자생존의 냉혹한 정치 세계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은 활동이 제한적이고 쓸모도 많지 않다. 이런 정치인을 그런 무대에 올렸으니 이번처럼 당권 도전과 같은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치고 나갈 만한 역량 있는 인물이 나올 수가 없다. 최대 주주라는 대구경북은 안타깝지만 이번 참담한 교훈을 거울삼을 만하다.

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로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삼는 정치인의 진정한 자아비판과 함께 지역 유권자의 통렬한 자기비판 역시 필요하다. 특히 특정당의 틀을 벗고 경계를 넘어 역량 있는 사람을 키우는 의식 혁명이 절실하다. 단조로운 정치 색깔인 대구경북의 지난 세월이 남긴 뼈아픈 가르침을 이제 약으로 삼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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