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을 씻으며 ]차 한잔의 행복

입력 2019-02-13 19:30:00

이창호 행복한 찻집 대표
이창호 행복한 찻집 대표

'한중일' 삼국의 차 문화를 비교해보면 중국은 실용적이며 절묘한 기예(技藝)를 중시하고, 일본은 형식적이며 깨달음의 다도(茶道)를 추구한다면, 한국은 예(禮)를 바탕으로 한 검박함이 특징이다. 전통적인 찻자리에서도 예를 갖춘 편안한 대화가 오고 간다. 한국만큼 '차 한잔합시다'를 인사말처럼 자주 하는 나라가 또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만큼 우리 문화에서 차 한잔하며 대화하는 것이 보편적이라는 증거일 것이다.

행복 노이로제라고 할 만큼 주변에서 '행복'이란 말을 많이 쓰고 있지만, 막상 '당신은 행복합니까?'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현대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개인주의 성향의 시대라고 한다. 개인의 행복을 확실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행위를 하고자 하는 모습은 어쩌면 행복하지 못한 우리 일상의 반면일 것이다. 진부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지속적이고 보편적인 행복이라는 파랑새는 진실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인정받고 자존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행복은 물질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인들과 한잔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참 하다 보면 눈앞에 닥친 스트레스를 잠시나마 잊을 수도 있고, 크게만 생각되던 문제도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경우를 본다. 의지가 되는 사람이 주위에 있는 것이 행복의 큰 필요조건이고, 그 사람과 함께 차 한잔하는 시간이 행복을 하나하나 쌓아가는 소중한 순간들이다.

한 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필요한 현대인에게 가까운 이들과의 차 한잔은 소통의 행복을 가져다주는 쉼표이고, 자존감을 찾아가는 진정하고 전통적인 '소확행'이다.

행복한 찻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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