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형제의 난'…총리동생 신당 지지 파장

입력 2019-02-11 15:34:44

신당창당 선언 전 대통령과 회동…"신당창당 좋은 일"
"국부 리콴유 '3대' 후계자 둘러싼 부친간 대립" 관측도

1956년 독립 이래 싱가포르 정·재계를 쥐락펴락해온 리콴유(李光耀·1923∼2015) 초대 총리 집안의 갈등이 정치에도 번지기 시작했다.

리콴유 총리의 차남인 셴양(李顯陽·61)은 최근 장남인 셴룽(李顯龍·67) 총리를 비판하면서 새로 탄생할 야당과 가까워지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형제간 갈등은 각자의 아들이자 리콴유 초대 총리 손자간의 '3대 후계자'를 둘러싼 투쟁인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의 아사히(朝日)신문이 11일 전했다.

센양은 이달 초 싱가포르 여당인 인민행동당(PAP) 의원으로 제7대 대통령을 지낸 탄첸보크(陳慶炎. 78)와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 전 의원은 20년 넘게 여당 의원을 지내며 인기가 높은 정치인으로 진짜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다며 연내로 예상되는 총선거에 앞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때문에 이들의 만남은 곧 주목을 끌었고 셴양이 신당 지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풀이됐다.

셴양은 2017년 셴룽 총리 부부가 아들 홍이(31)를 후계자로 세우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탄 전 의원의 신당 창당계획에 대해 "좋은 일이다. (탄은) 어울리는 지도자"라고 치켜세워 형제간 갈등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로 악화했다.

싱가포르는 독립 이래 리콴유 초대 총리가 결성한 인민행동당이 정권을 유지해 왔다. 선거제도도 여당에 유리하게 돼 있어 야당은 맞설 수 없는 상황이지만 셴양이 신당을 지지함으로써 일정한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리콴유 패밀리는 싱가포르 정치와 경제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셴룽 총리의 부인 호칭(何晶)은 싱가포르 정부계 펀드 테마세크 CEO다. 이 펀드는 싱가포르항공과 최대 통신사인 싱텔(singtel) 등의 주요 기업을 산하에 두고 있다. 셴양도 싱텔 CEO 등을 역임했다.

싱가포르 정계도 리콴유 패밀리를 중심으로 움직여 왔다. 독립 당시부터 1990년까지 총리를 지낸 리콴유의 뒤를 이은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는 '셴룽에게 자리를 이어주기 위한 중계자'로 불렸다.

2004년 총리로 취임한 셴룽 총리는 곧 은퇴할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로는 작년 말 여당의 제1사무총장보에 취임한 헹 스위킷(57·중국식 이름 왕루이제 王瑞杰)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현징서 '헹은 (3대 후계자의) 교육 담당자'로 보는 분위기가 짙다.

현지 언론은 3대 후계자로 셴룽 총리의 아들 홍이를 거론하고 있다. 그는 정부 장학금으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한 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셴양의 아들인 셴우(34)는 미국 하버드대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리 패밀리의 '세습'에 대해서는 국민 여론이 엇갈린다. 현지 미디어 등이 1월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리 패밀리 3대의 정계 입문에 대해 찬성과 반대가 각각 50%로 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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