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홍 대구 우리들병원장 "척추후만증, 안전하게 수술할 수 있다."
설 연휴 때 모처럼 고향을 다녀온 정순기(54·가명) 씨는 요즘 마음이 착찹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의 등이 점점 굽어가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설 때 뵌 어머니(81)의 모습은 동화책에 나오는 꼬부랑 할머니 모습 그대로였다. 생활하시기 불편하지 않으시냐고 물어봤지만, "내가 살면 앞으로 얼마나 더 살겠노!, 다행히 다른 곳은 괜찮으니까 견딜만 하다. 걱정하지 마라."며 안심시키기는 하셨다.
하지만 100세 시대가 아닌가. 허리가 앞으로 굽은 것만 빼면 어머니는 건강해 보였다. 굽은 허리를 펴고 생활하시는 어머니를 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솔직히 의학기술의 발달로 굽은 허리를 펴는 수술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고령의 나이에 이런 큰 수술을 감당해 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생기기는 했다.
정씨는 고민 끝에 어렵사리 아내에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아내의 반응이 고마웠다. "일단 전문병원을 찾아 자세히 알아 봅시다. 혹시라도 어머니가 허리를 펴실 수 있다면 제대로 자식노릇 한 번 해보죠. 어머님 살아 생전이 이보다 더 큰 효도는 없을 것 같은데요……."
박찬홍 대구 우리들병원 병원장은 "꼬부랑 할머니는 허리가 앞으로 굽는 질환으로 의학적 명칭은 '척추후만증'이다. 서양에서는 흔치 않지만 좌식문화를 갖고 있고, 등을 구부려 논·밭 일을 많이 하는 아시아 지역의 50세 이상 여성에게 많이 발생한다."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뚜렷한 수술법이 없었고, 설사 수술을 하더라도 경과가 좋지 않고 후유증의 위험이 있어 통증과 불편함을 감수한 채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현대의학의 발전은 이제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 적당히 구부러진 등이 바른자세
허리 통증이 생기면 흔히 허리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같이 많이 알려진 질환의 유무에만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정작 척추 건강의 최종 체크포인트는 우리 몸의 기둥이 되는 척추가 제대로 S라인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이다.
우리 몸의 척추는 정면에서 볼 때 일자로 곧바른 모양이며, 측면에서 볼 때는 S라인이다. 등은 적당히 구부러지고 허리는 반대로 살짝 젖혀지는 자세가 바른 자세이다. 허리디스크 치료를 하든지, 좀 더 큰 수술인 척추유합술, 금속 고정술을 하든 몸 전체를 지탱하는 축이 가장 안정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면 초기에 수술 결과가 좋더라도 재발을 잘 하고 기능회복 정도가 떨어지며 통증도 지속된다. 심한 경우에는 수술해서 집어넣은 기구가 부러지거나 고정된 부분이 이탈해서 문제가 생긴다.
척추의 측면 S라인이 틀어지면서 몸이 앞으로 구부러지는 병적인 상태를 통틀어 척추후만증이라고 부른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척추는 S자 곡선을 이뤄 몸을 지탱하고 외부 충격을 흡수한다. 퇴행성 또는 압박골절 같은 외상으로 척추 후만증이 발생하면 척추가 C자가 되면서 허리가 앞으로 굽는 것이다. 척추후만증 환자는 장시간 서 있거나 오래 걸으면 요통과 함께 다리가 저리는 증상을 보인다. 또한 굽은 허리로 인해 엉덩이와 무릎 관절의 변형을 가져올 수 있다.

▶ 꼬부랑이 되는 원인은 다양하다
허리를 구부러지게 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척추압박골절은 골대사 이상으로 골밀도가 낮아져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진다. 기침이나, 허리를 반복적으로 구부리는 동작만으로도 척추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한두 개 정도의 척추압박골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골다공증으로 척추의 여러 부위가 골절되거나, 척추가 앞으로 구부러지거나, 척추체 모양이 변화되면 점차 허리뼈가 눌리고 구부러질 수 있다.
허리를 굽게 하는 가장 흔한 퇴행성 척추질환은 척추관협착증이다.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해 요통, 다리통증 등이 나타난다. 척추관은 뒤쪽에 척추관절 및 황색인대, 앞쪽에 척추디스크(추간판)가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이룬다. 이들 구조물이 노화로 인해 서서히 변성 및 비후돼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좁아지면 척추신경이 비정상적으로 눌려 통증이 생길 수 있다.
허리를 똑바로 펴면 두꺼워진 황색인대에 의해 척추관이 더 심하게 눌려 아프다. 허리를 뒤로 젖히고 걸으면 다리가 저리면서 요통이 발생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허리를 구부정하게 앞으로 숙인 자세로 걷게 되면서 '꼬부랑 할머니'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노화로 인한 배와 허리 근육의 감소 역시 꼬부랑 할머니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 오랜 시간 허리를 구부리고 일하거나, 좌식생활을 지속하면 허리를 지탱해주는 심부근과 척추기립근이 약화한다. 이 상태를 치료하지 않으면 허리를 펴고 지탱하기 어려워지며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 퇴행성 변화를 가속화 한다. 심할 경우 허리를 세울 여력이 없어져 상반신 전체가 앞으로 굽어지는 퇴행성 요추후만증으로 진행하게 된다.
▶ 최소 절개로 수혈없이 꼬부랑 수술 가능!
나이가 들면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허리가 굽어진다. 이는 외관상 문제뿐만 아니라 심한 척추통증을 일으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더욱이 거동이 불편해져 일상생활에 장애가 생기고 장기적으로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박찬홍 병원장은 "척추후만증은 나이가 들면서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걸을 때 더 많은 힘이 들어가고 낙상과 골절의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후만증의 정도가 가벼운 경우는 척추가 바르게 될 수 있도록 교정 치료와 운동을 병행하고, 중증 이상은 교정을 위한 보조기 착용이 필요해진다. 변형이 심하거나 압박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요즘은 현미경을 이용한 '전방 경유 척추체간 골융합술(ALIF)'이 척추후만증을 교정하여 허리를 펴는 신기술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과거에 시행했던 후방접근 수술 방식이 지닌 문제를 크게 보완한 치료법이기 때문이다.
박찬홍 병원장은 "전방 접근수술은 굽어진 허리를 편뒤 골융합용 기구를 이식하고 나사못을 정확하게 고정시키는 수술법"이라면서 "절개를 최소로 하는 덕분에 흉터가 작고 출혈이 없어서 수혈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또한 신경을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신경 손상이나 유착의 위험도 없다."고 말했다. 과거 큰 수술이 어려웠던 80대 이상의 고령층 환자들에게도 안전하게 척추후만증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신경외과, 정형외과, 혈관외과, 마취과로 구성된 척추후만증전담팀이 있는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수술의 안전성을 높이는 또 다른 방법이다.
도움말 박찬홍 대구 우리들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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