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추운 겨울철에는 역시 귤이 제맛이라, TV 등에서 본대로 난로에 구워도 먹어 보고, 껍질을 잘 말려 차로도 먹어 보고, 요즘 귤이 참 맛있는 계절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말들 중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남귤북지(南橘北枳)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이 말의 유래는 제나라의 안영이 초나라 사신으로 갔을 때, 초나라 왕이 제나라 출신의 도둑을 안영의 앞에 끌고 와 제나라 출신은 순 도둑놈뿐이라며 비아냥거리며 안영의 기를 죽이려 했다. 안영은 이에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을 하며, 본디 귤이 물과 토질이 다른 곳에 오면 귤과는 다른 탱자로 변한다고 얘기했다. 본래 선한 제나라 사람이 초나라에 물들어 살게 되어 도둑이 된 것이라며 오히려 초나라의 왕의 코를 납작하게 하였다는 일화에서 유래된 말이다. 어린 시절이지만 참으로 재밌기도 하고 뜻깊은 말이라 여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물며, 귤도 토양이나 그 지역의 기후 등의 요소에 의해 그 모양과 성질이 달라지는데, 우리의 문화예술은 어떠한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문화예술 공연이나 축제 등을 기획할 때, 다른 지역에서 성공한 콘텐츠를 모방하거나 아예 통째로 그 콘텐츠나 공연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으니 손쉽게 성공이 보장된 것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분명, 각 지역 마다의 특성이 있고 지역성 등이 다르다는 부분을 간과(看過)한 콘텐츠가 무조건 우리 지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어느 지역의 축제를 가더라도 그 지역의 특색이나 그 축제만의 차별성이 없이 다 비슷한 형태라는 지적을 받게 되는 것이다.
국내에 지역축제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매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유럽만 해도 1년에 20만개 이상의 축제가 열리고 있고, 인구 1천600만 명의 네덜란드의 경우만 보더라도 약 5천여 개의 축제가 개최될 정도이니 계량적 숫자만으로의 지적은 아니라, 고유의 개성을 갖고 지역의 차별성을 유지하지 못한 채 주제나 형식이 중복되는 지역축제가 많은 것에 대한 지적일 것이다. 당장의 성공을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그 지역만의 특색있는 콘텐츠를 발굴 기획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을 통해 축제 자체가 지역의 특산물 등을 알리는 홍보의 장으로서 만의 역할을 넘어, 그 자체가 지역의 관광, 산업의 중추적 자산이 된 유럽 등 다른 지역의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역의 특성과 차별성, 그 지역만의 노력과 연구를 통해 귤이 회수를 건너 더욱 그 가치를 높이는 천혜향 등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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