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아날로고 펴냄

입력 2019-02-06 13:19:37

2018년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
2018년 한국천문연구원 천체사진공모전 대상 수상작 '우주 수채화' 연합뉴스

인류 진화
인류 진화

게놈
게놈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질문들 책표지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질문들 책표지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인류는 줄곧 이 질문을 품어왔다. 5백만년 전 나무 위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인류의 조상은 사냥과 교미 등으로 일상을 영위하면서 아무도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조금 더 깊이 사고한 개체의 경우 자신이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를 궁금해했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런 거대한 질문에 대해 항상 답을 찾고 싶어 했다. 인간을 달에 보내고 인공장기를 체내에 이식할 수 있게 된 지금도 우리는 그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류의 오래된 철학적 난제,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도 있다.

'지하철 사린가스 테러'로 일본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은 옴진리교 도장에 직접 잠입해 교단 사람들의 일상을 촬영한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은 영화감독이자 PD인 문과형 인간 모리 다쓰야가 일본 과학계 최고의 지성인 생물학자 후쿠오카 신이치, 뇌과학자 이케가야 유지, 물리학자 무라야마 히토시와 릴레이 대담 형식으로 인류의 탄생, 인류의 진화, 죽음의 의미, 양자역학, 우주의 종말 등 인간과 생명과 우주의 근원에 대한 과학 지식을 흥미진지하게 풀어낸다.

"다윈의 자연선택과 돌연변이로 진화의 방향이 결정된다면 호모사피엔스는 더 고결하고 냉정하며 완성된 인격을 획득했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만 현실은 완전히 달라요. 전쟁과 학살이 사라지지 않았고 증오와 보복도 계속되고 있고요. 왜 인류는 아직도 이렇게 불완전한 겁니까?"

"타인에게 좋은 행동이라는 점이 인간의 행동에 동기를 부여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인간의 짝짓기 행동 경우 난혼습관이 있는 침팬지처럼 '가능하면 많이'라는 태도는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렇긴 해도 괜찮은 여자친구를 사귀려 할 때 남자라면 현시적으로 멋진 행동을 하거나 과시하려는 것이 자연스럽죠. 인간사회의 경쟁원리는 성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사회문제와도 이어집니다. 살인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볼 때, 죽이는 행위의 기본적인 동기는 번식을 둘러싼 경쟁이라는 결론에 이르죠."

우리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주는 너무나 잘 만들어져 있다. 원자핵 안에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는데 비슷한 질량이고 차이는 불과 1000분의 1 정도다. 빅뱅 초기의 팽창 속도, 전자와 양성자의 질량비 등이 현재와 조금만 달랐다면 이 우주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태양계의 행성,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 등 여러 우연 중 지금과 달랐다면 이 지구상에 인간은 탄생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신은 계속 존재할까. 예를 들어 쥐를 미로 속에 넣으면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교대로 오가는 것을 학습한다. 하지만 소수의 모퉁이에서 도는 건 하지 못한다. 아마도 기호체계의 수학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도 쥐처럼 종의 한계가 있다. 인간 시스템으로는 절대로 우주의 시작을 규명하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당분간 신은 계속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세포의 구성에 대해서도 거의 다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실험실에서 살아있는 세포를 제작해 재현할 수 없을까. 부품이 전부 갖춰져 있더라도 그걸 어떤 순서로 어떻게 조립해 어느 타이밍에 스위치를 누르면 되는지를 알지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신체 주변에 원자가 우주의 겨우 4%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나머지 96%에 대해선 거의 밝혀진 바가 없다. 분자생명이 발전해 게놈분석도 가능한 마당에 여전히 단세포 하나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이 발달해도 인간과 같은 감정과 판단력을 가진 인공지능은 왜 아직도 실현되지 않을까. 인간의 뇌 작동 원리를 만들면 뇌와 닮은 거동을 다소 보이기는 할 수 있다. 컴퓨터는 반도체와 전선으로, 인간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인간의 뇌와 똑같은 전자회로가 만들어졌다 해도 열효율이 월등히 떨어져 녹아버릴 것이다. 새로운 소재 개발이 되지 않는 한 인공지능 개발은 불가능한 것이다. 402쪽 1만6천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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