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 만에…" 길 잃고 실종됐던 입양아, 기적처럼 가족 상봉

입력 2019-01-30 18:14:17 수정 2019-01-30 19:57:39

1981년 대구예식장에서 부모님 손 놓친 뒤 긴 이별
보호시설 넘겨졌다 미국 입양돼 38년간 '조슈아 라이스'로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 외교부 협조 끝에 발견

대구에 사는 김진호(61) 씨 부부가 30일 대구경찰청에서 3살 때 잃어버린 아들 김태형(가운데, 미국명 조슈아 라이스) 씨를 38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에 사는 김진호(61) 씨 부부가 30일 대구경찰청에서 3살 때 잃어버린 아들 김태형(가운데, 미국명 조슈아 라이스) 씨를 38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1981년 12월 20일 대구 중구 동인동 대구예식장. 3살 김태형 군은 혼잡한 식장을 걸어 다니다 그만 부모님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저앉아 울던 김 군은 대구 시내 한 보호시설로 인계됐다가 몇 달 뒤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김 군의 부모는 경찰에 실종신고를 하고 38년간 전국 각지의 보육원과 파출소를 뒤졌지만 허사였다.

3살 때 길을 잃고 가족과 헤어져 미국으로 입양됐던 30대가 경찰의 도움으로 38년 만에 가족을 만났다. 경찰이 조사에 나서기 전까지 부모는 아들이 살아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아들은 머나먼 미국에서 친부모가 자신을 버린 줄로만 알고 상처를 품은 채 살아왔다.

30일 오전 대구경찰청에서 꿈에 그리던 상봉이 이뤄졌다. 검은 점퍼에 청바지 차림으로 들어온 아들 김태형(41·미국명 조슈아 라이스) 씨를 본 김진호(61)·김정희(58) 씨 부부는 "왔네, 왔어! 정말 우리 태형이가 맞느냐?"고 외치며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한눈에 그가 평생 찾아다녔던 아들임을 알아본 부부는 다 커버린 아들을 끌어안고 한참을 울었다.

단서는 대구경찰청 장기실종수사팀이 1970~80년대에 실종된 아동들을 조사하면서 잡혔다. 수사팀은 이 기간 길을 잃고 보호시설에 들어온 아이들이 해외에 입양된 사례가 많다는 점에 착안, 보호시설과 협업해 잃어버린 김 군과 닮은 얼굴을 발견했다.

하지만 상봉은 쉽지 않았다. 경찰은 외교부와 협조해 양부모 측 주소로 편지를 보냈지만 이미 양부모 가족은 다른 곳으로 이사한 뒤였다. 속절없이 시간만 흘렀다.

대구에 사는 김진호(61) 씨 부부가 30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3살 때 잃어버린 아들 김태형(가운데, 미국명 조슈아 라이스) 씨를 38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에 사는 김진호(61) 씨 부부가 30일 대구지방경찰청에서 3살 때 잃어버린 아들 김태형(가운데, 미국명 조슈아 라이스) 씨를 38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희망을 내려놓을 즈음 미국에서 기적 같은 소식이 왔다. 한국 경찰이 김 군을 찾는다는 소문을 우연히 접한 한 미국 입양인이 경찰에 연락을 취해온 것. 국제우편으로 미국인 조슈아 라이스 씨의 DNA 샘플을 넘겨받아 부모와 대조한 경찰은 친자관계임을 확인해 기적 같은 만남을 만들어 냈다.

조슈아 씨는 국내에서 설을 보내고 7일 일단 출국한 뒤 재입국해 한국어 수업을 받을 예정이다. 혼란스러운 상황 속 고민이 많았지만, 뿌리인 한국어를 배우고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조슈아 씨는 "한국에서 부모님이 40년 가까이 아들을 찾아다녔다는 소식을 듣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동안 양부모님도 한국을 찾아 친부모와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진호 씨는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아내는 열흘 넘게 잠을 이루지 못했을 정도였다. 생애 최고의 명절 선물"이라며 "아들이 친형제는 없지만 사촌 형제들이 많다. 명절을 맞아 38년 만에 아들과 차례를 지내고 가족에게도 소개할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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