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안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무진기행'은 김승옥의 단편 소설이다. 김승옥은 1942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고 1945년 해방과 함께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다. 서울대 불어불문과를 졸업했으며 196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생명연습'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같은 해 김치수, 김현, 염무웅, 서정인, 최하림 등과 같이 동인지 '산문시대'를 발간하고 본격적인 문단활동을 시작했다.
1964년 '역사', '무진기행' 등을 발표하고 '서울, 1964년 겨울'로 제 10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1960년대를 대표로 하는 작가로 평가 되었다. 1977년 '서울의 달빛 0장'으로 제 1회 이상문학상을 받으면서 소설가로서도 주목을 받았다. 이후 신앙생활로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다가 산문집 '내가 만난 하나님'을 발표하면서 문학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무진기행'은 현실적인 공간 서울을 떠나 탈속적인 공간 무진에서의 며칠을 그린 소설이다. 서울에서의 나와 무진에서의 나는 동일인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꿈, 세속적인 가치와 본질적인 가치로 서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일상을 벗어난 무진에서의 일탈은 결국 현실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인간 내면의 심리를 잘 묘사했다.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아갈 때 나는 '무진 Mujin 10km'라는 이정비를 보았다." (P9) 소설의 첫 대목이다. 서울에서 제약회사에 다니는 윤희중은 며칠 후면 장인의 도움으로 제약회사 전무가 된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아내의 권유로 어머니 묘소가 있고 어린 시절의 자신이 있는 무진으로 내려간다. 무진에서 그를 존경한다는 문학 소년이었던 후배 '박'과 고등고시에 합격해 세무서장이 된 동창 '조'와 음악교사 '하인숙'을 만난다.

윤희중은 무진을 떠나 서울로 가고 싶어 하는 하인숙을 사랑하게 된다. 왜냐하면 "당신은 제 자신이기 때문에 적어도 제가 어렴풋이나마 사랑하고 있는 옛날의 저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P41) 하인숙에게서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서울로 상경하라는 아내의 전보를 받고 그녀를 서울로 데려 가겠다는 편지를 써 놓고 결국 찢어 버린다. 그리고 서울 행 버스를 탄다.
어디쯤에선가, "길가에 세워진 하얀 팻말을 보았다. 거기에는 선명한 검은 글씨로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라고 씌어 있었다." (P41) 윤희중은 현실과 이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한정된 책임을 선택하게 된다. 그 책임은 도덕이라고 믿는 윤리적 책임이고, 현실은 윤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감각이며, 부끄러운 인간의 한 단면이다.
오늘도 미세먼지 나쁨이다. 안개에 가린 듯 하늘이 희뿌옇다. TV에서 가능하면 바깥출입을 자제하라는 기상캐스트의 음성이 흘러나온다. 이런 날은 무진의 안개를 떠올리며 책상에 앉아 무진기행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다안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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