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가 피해야 하는 명절 음식 & 먹여도 좋은 음식

입력 2019-01-30 19:30:00

눈앞에 음식을 두고 참는 것은 아주 괴롭다. 동물이라고 다를까? 본능에 충실한 동물에게 식욕을 다스리는 일은 훨씬 더욱 힘들지 않을까? 명절이 되면 집 안이 고소한 음식 냄새로 가득 찬다.

강아지의 후각은 음식 냄새 속에서 각각의 재료가 거쳐 온 환경까지 유추해 낼 정도로 뛰어나다. 고소한 식용유 냄새에서 콩이 자란 흙의 향기까지 탐색하는 셈이다.

이 정도 후각을 가진 강아지가 음식 냄새를 맡고도 맛을 보지 못한다면 그 스트레스는 클 수밖에 없다. 강아지가 사람 음식을 먹지 못하는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냉정해져야 한다.

명절 음식 속에는 강아지가 절대 먹어서는 안 될 재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ASPCA(미국동물학대방지협회)는 '강아지가 먹어서는 안 될 식재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를 토대로 강아지가 조심해야 할 명절 음식, 그리고 먹어도 좋은 음식에 대해 알아보자.

◆피해야 할 명절 음식

▶견과류

가끔 강아지 변에서 음식이 소화(분해)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배출될 때가 있다. 강아지의 위산은 사람에 비해 10배 이상 강해 고기나 털까지도 분해한다. 하지만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도 있는데 바로 견과류이다.

사람은 음식을 잘게 씹어 식도로 넘기지만 강아지는 덩어리 채 삼킬 때가 많다. 음식 덩어리는 위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강아지가 콩을 삼켰을 때 원형 그대로 배출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특히 콩이나 견과류는 강아지가 소화하기 어려운데 이때 위산이 과다 배출된다. 자연스럽게 구토나 위염으로 이어진다. 명절이면 견과류를 버무려 만든 강정을 쉽게 볼 수 있다.

고소한 기름과 달달한 조청 냄새가 강아지를 유혹할 테지만 견과류는 가까이해선 안 될 음식이다. 견과류나 콩류는 가루 상태로 살아서 먹이면 비교적 소화하기 쉬워진다.

▶양파, 쪽파

부추과 채소(양파, 쪽파 등)는 생필품에 가까운 식재료이다. 전이나 밑간 등의 용도로 명절 음식에도 많이 쓰인다. 강아지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식재료가 있다면 바로 양파이다. 명절 음식으로 갈비를 재울 때나 육전(동그랑땡)의 속 재료로 양파가 들어간다.

양파나 쪽파에는 설파이드(sulfide)라고 강아지의 적혈구를 파괴하는 물질이 들어있다. 설파이드는 익힌 양파에도 남아있기 때문에 강아지가 먹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온몸 구석구석으로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파괴되면 빈혈이 발생한다. 건강한 피가 줄어들어 목숨에 위협을 받을 정도가 되면 수혈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지방(脂肪)

경상도 제사상에는 닭이나 소고기를 간장에 조린 음식이 올라간다. 짭조름한 조림 음식은 염분도 문제이지만 기름진 지방이 강아지에게 더 위험하다. 따라서 기름에 부친 전이나 튀긴 음식도 강아지에겐 나쁜 음식이다. 닭의 비계나 식용유를 가득 머금은 음식은 강아지의 위장에 큰 부담이 된다.

지방은 강아지의 담도를 막아 배에 가스가 차면서 소화 장애가 발생한다. 어느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강아지 건강에 유해한 음식은 애초에 차단하는 것이 좋다. 집에서 생활하는 강아지는 5kg 미만인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의 기준을 정하기보다 나쁜 음식은 아예 먹이지 말아야 한다.

강아지가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구토를 하거나 심할 경우 췌장염에 걸릴 수 있다. 소화 분해 효소를 생산해 분비하는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식욕저하나 탈수증상에 이르러 강아지가 심한 복통에 시달린다.

▶오징어

제사상에 올라가는 건어물이나 오징어는 강한 냄새가 강아지의 호기심과 식욕을 동시에 자극한다. 하지만 오징어는 강아지가 피해야 할 음식 중 하나이다. 견과류와 마찬가지로 강아지의 위산은 오징어를 잘 분해하지 못한다. 소화하기 힘든 음식이 위장에 남아 있으면 그 자체로도 부담이 크고 구토나 설사를 유발한다.

◆먹어도 괜찮은 음식

애견에게 주면 안 될 명절 음식이 있다면 사람과 같이 먹어도 좋은 음식도 있다. 명절 음식은 대부분 기름지기 때문에 자칫하면 냉장고에 남는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 음식 낭비도 줄이고 애견도 명절 기분을 낼 수 있는 음식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고구마

고구마는 강아지에게 아주 좋은 간식이다. 간을 하지 않으면 조리된 음식이든 생(生)으로 먹든 위에 큰 무리가 없고 맛있다. 고구마에는 비타민 A, B6, C가 풍부해 털과 피부에 좋다.

특히 고구마는 글루텐이 없기 때문에 강아지가 소화하기 좋아 가장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이다. 고구마 전을 부칠 때 강아지를 위해 자투리를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물론 강아지도 고구마 껍질은 싫어한다.

▶시금치, 무채

제사 음식으로 쪄내는 무채나 시금치도 강아지에게 좋은 영양분을 주는 채소이다. 특히 시금치는 칼슘, 마그네슘, 섬유소 등 다양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건강 종합세트라고 봐도 좋다.

시금치의 섬유소는 장운동을 돕고 엽산과 철은 피를 잘 돌게 한다. 루테인은 눈 건강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무채도 간이 세지 않다면 강아지가 먹어도 좋다. 무에는 포타슘과 비타민C, 섬유소가 풍부하다. 경상도에서 제사음식으로 많이 사용하는 고사리는 강아지에게 좋지 않다.

▶과일(포도는 금물)

배(칼륨, 식이섬유)나 사과(비타민 A, C)와 같은 명절 과일은 강아지가 먹어도 좋다. 추석 과일인 감도 비타민이 풍부해 강아지가 먹을 수 있다. 다만 과일을 먹일 때 씨는 꼭 제거하고 껍질도 소화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꼭 깎아서 줘야 한다.

강아지에게 위험하다고 알려진 포도(건포도 포함)는 절대 먹여서는 안 된다. 동인동물병원 최동학 원장은 "건포도 속 신독성은 강아지의 콩팥을 파괴할 정도로 궁합이 안 좋은 음식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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