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갈등 해소와 온라인·수도권 금융시장 공략 등 과제 해법 찾기에 방점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29일 제12대 대구은행장에 취임했다. 이로써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동안 이어진 은행장 공석 사태는 마무리됐다. 하지만 대구은행 앞에는 차기 은행장 육성, 권한 집중 및 내부 갈등을 둘러싼 우려 해소, 변화하는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 등 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은행장으로서 근무 첫날, 집무실에서 김 회장 겸 은행장을 만나 현재 입장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차기 은행장 육성 약속 꼭 지킨다"
우선 은행장 겸직이 결정되기 전까지 벌어진 논란과 '겸직하지 않는다'는 본인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김 회장은 "지주와 은행장 분리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죄송한 마음"이라면서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했다. 겸직에 따른 부담이 컸지만 직무대행체제가 1년 가까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은행 안정화가 우선적으로 필요했고, 그룹 주주가치 보호 차원에서 DGB금융지주 이사들이 고민 끝에 내린 겸직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면서 차기 은행장 육성 약속은 반드시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은행장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육성프로그램을 연내 시행하고, 내년 초에는 3명 안팎의 2차 후보군을 선정하겠다고 밝혓다. 이후 2차 후보군에 대한 별도 검증을 통해 내년 6월 은행장 내정자를 뽑을 방침이다.
그는 이와 관련, "현직 임원과 임원 예정자를 후보군으로 해서 이들을 육성하는 연간 프로그램을 가동할 것"이라며 "다만 현실에 맞춰 '임원 경력 3년 이상'이라는 자격 요건은 한시적으로 적용하지 않겠다. 후보군을 넓히는 대신 실력·도덕성 등 평가를 강화하려 한다"고 말했다.
계획대로라면 은행장 내정자는 6개월 해외연수를 거쳐 2020년 12월에 은행장으로 최종 선임된다. 김 회장은 "짧은 시간이지만 효율적 양성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순수 혈통의 대구은행장이 모두의 인정과 응원 속에서 선임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권한 집중 해소와 이사회 역할 강화
지주 회장의 은행장 겸직을 반대한 목소리에는 권한 집중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할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임원에게 권한을 배분하고, 이사회 전문성을 높여 견제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서 책임 경영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취임과 동시에 임원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할 것"이라며 "지주와 은행에는 20명의 임원이 뛰고 있다. 은행장은 최종 결재가 아닌 사후보고를 통해 업무들을 확인할 뿐"이라고 못 박았다. 또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적 개입은 없을 것이며 모든 권한은 각 분야 임원과 직원들에게 위임하겠다. 이를 통해 예비 은행장인 임원들의 업무역량도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사외이사 제도를 개편, 지주와 은행의 이사회가 회장과 은행장을 견제하도록 할 생각이다. 현재 각각 5명인 사외이사를 7명으로 늘리고, 금융 전문가를 참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과도한 권한 집중으로 발생한 채용 비리, 비자금 문제를 막고자 사외이사의 전문성을 높여서 제대로 된 경영 감시 역할을 하게 할 것"이라며 "사외이사들에 대한 교육(연수)과 평가를 강화해 경영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역설했다.
올해 3월로 예정된 사외이사 교체에 대해선 '전면적 쇄신'이 아니라 '안정적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지주와 은행의 사외이사 총 10명 중 7명이 3월에 임기를 마친다. 이들을 한꺼번에 교체할 경우 업무 연속성에서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수의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금융과 수도권 공략이 과제
김 회장은 대구은행의 최우선 과제로 온라인 금융과 수도권 시장 공략을 꼽았다. 은행 내에 '모바일은행장'을 두고, 경영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수도권으로 금융서비스를 확장해 은행의 자산규모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구은행 안에 자회사 버금가는 모바일은행장 자리를 만들겠다. 카카오뱅크 등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모바일금융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모바일은행장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 반드시 경영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수도권 진출 방안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금융자산 60~70%가 수도권에 있다. 수도권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컨설팅과 금융지원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보험 등 복합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DGB금융의 자산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DGB금융그룹 내 대구은행의 역할도 강조했다. 대구은행은 DGB금융의 가장 핵심이자 근간이 되는 회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은행의 성장과 발전이 그룹 성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고, 나머지 계열사들도 은행과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은행은 지역 기반을 견고히 하는 동시에 전문적 영업조직을 만들어 영업망을 해외로까지 넓혀야 한다"고 했다.
◆"신뢰와 포용의 리더십 세울 것"
대구은행은 인적 쇄신 과정에서 퇴진임원들이 부당해고 판정을 받는 등 내부 갈등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제2노동조합은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갈등을 수습하고 이들을 포용하는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인적 쇄신 과정에서 조직을 위해 결단을 한 임원들의 심정을 이해한다. 갈등을 지속하기보다 원만하게 해결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내부적으로는 노력한 만큼 인정과 보상을 받는 제도를 통해 학연·지연에 따른 파벌 문화, 줄서기 문화를 없애면서 신뢰를 쌓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내부 구성원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제도 확립을 내걸었다. 김 회장은 "인사제도는 기업 문화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성과가 뛰어나거나 목표를 초과달성한 경우에는 인센티브 등을 통해 충분히 보상받도록 하겠다. 각종 공모를 통해 원하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모든 직원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 회장은 마지막으로 "대구은행은 많은 시민의 관심과 애정을 받아왔다. 앞으로도 고객에게 한층 더 나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성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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