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예측 기계/ 어제이 애그러월·조슈아 갠스·아비 골드파브 지음/ 이경남 옮김/ 생각의힘 펴냄

입력 2019-01-30 17:20:44

4차산업혁명
4차산업혁명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공개한 인공지능 콘셉트카
일본 도요타 자동차가 공개한 인공지능 콘셉트카 '愛(애)i'의 모습.

인공지능 스피커
인공지능 스피커

우리는 인공지능 기술 시대에 살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세계 거대 기업과 정부들은 인공지능 개발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혁신적인 기술은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데 누군가는 인공지능이 가져올 마법과도 같은 미래를, 누군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공포를 그린다. 이런 막연한 낙관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본질에 대해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인공지능의 성지로 불리는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석좌교수들이다.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럭션 랩'을

예측 기계 책 표지
예측 기계 책 표지

설립해 구글, 아마존, 애플 등 인공지능 연구자와 교류하는가 하면 수많은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을 높이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공지능에 온갖 과대포장이 있지만 인공지능의 본질은 빅 데이터를 통한 예측 기술로 보고 있다.

아이가 아마존의 인공지능 알렉사에게 물어본다. "델라웨어의 주도는?" 부모가 고민하는 사이 번개 같은 속도로 대답한다. "델라웨어의 주도는 도버입니다." 인공지능 알렉사는 델라웨어의 주도를 알고 있는가? 사실은 알지 못한다. 아이의 질문을 듣고 그 질문이 찾고 있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예측했을 뿐이다.

그럼 경제학자들은 인공지능 기술에서 무엇을 주목할까. 인공지능 기술은 예측의 값을 떨어뜨릴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자동번역은 언어학자가 언어규칙을 설명해주면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 규칙을 바꾸던 것이 인공지능의 발전과 함께 예측의 문제로 재구성되었다.

예측의 값이 떨어지면 그 보완재의 가치는 올라간다. 커피의 값이 떨어지면 설탕이나 크림 등 보완재 가치는 상승한다. 또 예측의 보완재로는 데이터가 있다. 인공지능은 데이터에 의존한다. 카디오 회사는 애플워치에서 받은 심장박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장병을 진단하는 예측 기계를 만들어 불규칙한 심장 리듬을 97%의 정확도로 잡아낸다. 하지만 특정인의 데이터가 없으면 예측 기계는 가동되지 않고 사람의 위험을 예측할 수 없다.

또 다른 예측의 보완재로 인간의 '판단'이 있다. 가령 비가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산책을 나가려고 하는 데 우산을 가져가야 할까? 비가 올 확률은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지만 내가 우산을 가져가는 것을 얼마나 번거로워 하는지, 우산이 없어 비에 젖는 것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인공지능의 날씨 예측을 기반으로 우산을 가지고 가는 행위의 득실을 계산하는 것은 '판단'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예측의 불확실성 시대에 살고 있다. 불확실성은 주어진 결정에 대한 득실을 판단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고 전략에 한계를 가져온다. 예측 기술과 비용 등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인공지능이 이런 불확실한 세상에서 의사결정을 하는데 가장 강력한 도구라는 것이다. 예측 기계는 인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한 예측을 낮은 비용으로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을 예측 기계로, 인공지능의 발전을 예측의 비용이 내려갈 것으로 보면 인공지능의 잠재력은 명확해진다. 인공지능이 전략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전략 자체를 변화시킬 수도 있다. 지은이는 예측 기계 도입에 투자할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최고의 인공지능 전략'에 대한 정답은 말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핵심적 트레이드오프를 찾아내고 득실을 따질 수 있는 방법론만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인공지능에 관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예측도 한다. 일자리는 사라질 것인가? 예측 기계가 잘하는 일자리는 사라지겠지만 판단과 관련된 직업은 더 많아질 것이다. 극소수 거대 기업들이 모든 것을 지배할 것인가? 개인만이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인공지능 때문에 경쟁에 뒤처질까 두려워한다. 규모의 경제와 선점 효과 때문에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분야도 있지만 모든 산업이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상의 종말이 찾아올까? 아직 '초지능' 범용 인공지능을 예상할 수 있는 어떤 기술적 진전도 없다. 다만 초지능이 가능하다면 그것은 우리가 말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분명 다른 인공지능일 것이다. 336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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