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분 시정연설 중 장내 야유와 응원 교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중의원) 시정연설에서 그릇된 역사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연설 초반 야마토(大和, 일본) 정신을 언급하는 부분에서다. 그는 메이지(明治), 다이쇼(大正), 쇼와(昭和), 헤이세이(平成) 시대를 거치면서 큰 '곤란'(困難)에 수없이 직면했지만, 그때마다 엄청난 저력을 발휘하고 서로 도와가며 힘을 합쳐 극복해 왔다고 했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계기로 주변국보다 먼저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루면서 그 힘을 바탕으로 다이쇼, 쇼와 시대에 국력이 약한 한국, 중국 등 주변국 침략을 본격화한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다. 특히 쇼와 시대(1926~1989)에는 만주사변을 시작으로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을 일으켜 수천만 명을 죽게 했다. 하와이 진주만 침공으로 막이 오른 태평양전쟁으로는 군인을 포함한 자국민도 310만 명 넘게 희생됐다.
이를 아베 총리는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사정이 몹시 딱하고 어렵다'는 '곤란'이란 말로 얼버무린 것이다. 이날 연설로 거듭 확인된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에는 메이지 이후에 자국이 일으킨 전쟁이나 침략은 없었고, 오로지 지진 같은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만 있었던 셈이다. 이 대목에선 박수도 야유도 잘 들리지 않을 만큼 장내는 조용한 편이었다.
아베 총리는 또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한국은 딱 한 차례만 언급했다. 그것도 주변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먼저 거론한 뒤 북한 관련 이슈를 말하면서 살짝 걸치는 식이었다.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 목표 실현을 위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해 연대하겠다고 입에 담은 것이 전부였다. 이는 역사 인식을 둘러싼 대립과 최근의 '레이더 갈등' 등 여러 악재가 쌓이면서 수렁에 빠져든 두 나라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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