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을 통해 청정 울진 지키고 싶어요' 울진의 산양 지킴이들

입력 2019-01-29 10:46:52

‘산양은 울진 자연의 상징’ 7년째 산양을 지켜온 사람들
보호기관없어 죽어가는 산양볼 때마다 마음 아파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 김상미 사무국장이 신고자와 함께 올무에 걸린 산양을 구조하고 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제공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 김상미 사무국장이 신고자와 함께 올무에 걸린 산양을 구조하고 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제공

"멸종위기종인 산양이 이렇게 많이 살고 있다니, 얼마나 울진의 복인가요. 산양으로 대표되는 울진의 자연이 늘 보존될 수 있도록 힘쓰고 싶어요"

산양이라고 해서 흔히 보는 하얀색의 몽실몽실한 털을 떠올렸다. 뾰족한 뿔과 짙은 회색털에 덩치도 제법이다. 양이라기보다는 생김새가 염소나 작은 멧돼지에 가깝다. 이 산영은 국내 야생에서 살고 있는 유일한 우제목 소과의 동물이다.

"등산객은 물론이고, 전문 엽사들도 숲 속에서 산양을 맞닥뜨리면 깜짝 놀라죠. 괜한 들짐승으로 오해받아 사살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소한 산양 출몰지마다 감시와 구조활동을 벌리는게 저의 단체의 주 활동입니다"

한국산양보호협회 울진군지회 김상미 사무국장의 말이다. 산양은 절벽이나 깊은 산 속에 살아 일반인이 접하기 쉬운 동물은 아니다.

200만년 전의 모습에서 거의 변하지 않아, 살아있는 고대동물 또는 화석동물로 불린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으로 지정됐다.

울진에는 국내 최대 개체수인 약 100마리의 산양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변변한 구호시설이 없어 로드킬을 당하거나 아사한 산양을 발견하면 승용차로 4시간 거리(약 300km)의 종복원센터가 있는 강원도 인제시까지 이동해야 한다.

울진 산양보호협회의 활동이 특히 중요한 것이 이 부분이다. 28명의 회원들은 매주 지게를 지고 금강소나무숲길 등 차량이 가기 힘든 산길 구석구석을 누빈다.

쓰러진 산양을 발견하면 즉시 지게에 짊어지고 찻길까지 내려와 개인차량으로 이동한다.

가는 도중 인제종복원센터와 연락을 취해 보통 강원 옥계휴계소 쯤에서 산양을 인계한다. 이렇게 하면 산양이 전문수의사를 만날 때까지 최소 2시간 정도는 줄일수 있다.

물론 무보수에, 각자 개인 일이 있지만 회원들은 2013년 처음 협회를 발족하고 나서 한번도 구호작업을 멈춘 적이 없다. 산양을 지키고 아끼는 일이 울진의 자연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요즘은 회원들이 사비를 털어 산양사진전과 청소년 대상 교육 등을 펼치고 있다. 산양 출몰지 주민들에게 응급 처치 방법을 알려주고, 무인센서카메라를 설치해 서식 환경도 조사한다.

김상미 사무국장은 "등산로 입구마다 설치된 홍보 게시판을 통해 등산객들이 쓰러진 산양을 발견하고 즉각 협회에 연락하는 일이 잦아질 수록 뿌듯하다"면서 "우리는 산양을 울진자연의 깃대라고 여긴다. 산양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이 울진 청정자연의 모든 동식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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