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경희대 교수
조롱거리가 된 한국당 릴레이 단식
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러워
대통령과 현 정부에 실망한 국민들
전략 전술 부족한 한국당에도 갸웃
요즘 아이들 말대로 '빵 터졌다'. 자유한국당의 릴레이 단식 시간표를 보고서다. 곡기를 끊는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 단식은 목숨을 거는 것이다. 정치적 단식은 투쟁 가운데서도 특히 엄중한 의미를 가진다. 극한 상황에서 다른 대안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방법이다. 상대가 양보할 수밖에 없도록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수단이다. 그런 만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가 중요하다. YS와 DJ의 단식이 그랬다. 가혹한 군사독재 시기, YS의 단식은 '재야인사의 식사 문제'로 거론되면서 민주화의 물꼬를 튼 계기가 되었다. 헌법에 규정된 명목상의 지방자치를 전면적으로 실시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한 게 DJ의 단식이었다. 최근에는 손학규, 이정미 대표의 단식도 있었다. 여야가 마지못해 '연동형 비례대표' 합의서를 쓴 것은 두 대표의 단식이 여론의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의 단식은 어떤 평가를 받을까. 역사를 말하기 전 국민 여론은 이미 낙제점을 주고 있다. 한국당의 투쟁 계획은 거창하다.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 계획(안)'. 총 110명의 의원들이 1월 24일부터 2월 1일까지 릴레이로 단식에 참여한다. 단식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 30분, 혹은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8시. 의원 1인당 각각 '5시간 30분' 동안 곡기를 끊는다는 계획이다. 의원들 앞에는 '조해주 임명 강행 즉각 중단하라', '선거 승부조작 즉각 중단' 등의 피켓이 보인다. '5시간 30분' 단식으로 이런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딜레이 식사'라는 촌철살인의 댓글, 쇼라도 제대로 하라는 댓글들을 일별해 주기를 부탁하고 싶을 정도다.
조롱거리로 전락한 단식을 계속해야 하는 의원들이 안쓰럽기만 하다. 국회 보이콧 전략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다. 국회가 야당의 무대라는 것은 상식이다. 국회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정부여당은 곤혹스러워진다. 국회가 안 열린다고 조바심 낼 정부도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커지면서 대안 세력에 대한 목마름도 커지고 있다. 그런 기류를 감지한 한국당 등 야당은 내년 총선에 큰 기대를 거는 듯하다. 스스로를 "총선 효자"로 규정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속내가 그런 것이다. 전당대회에 출마한 다른 후보들 역시 비슷하다. 자신이 한국당 대표가 되면 총선에서 쉬운 승리를 거둘 것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비판만 하면 실망한 국민이 저절로 한국당 지지자가 될까. 떡 줄 국민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형국이다. 이른바 보수 세력 저변의 기류는 냉정하다. 더불어민주당이 마땅치 않지만 한국당도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 말한 단식 관련 한국당의 행보가 단적으로 증명한다. 정치인의 일거수 일투족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게 아니다. 국민이 어떻게 볼 것인가가 첫 번째 고려 사항이어야 한다. 전략도 전술도 없는 '무작정' 행보는 한국당을 향해 고개를 젓는 국민만 늘어났을 뿐이다.
가뜩이나 인물도 비전도 없는 한국당이다. 비상대책위원회는 한국당의 환골탈태를 위한 '비상한 대책'을 결국 만들어 내지 못했다. 변죽을 울리며 시간만 죽인 셈이다. 새롭지도 않고 고만고만한 인물들이 나선 전당대회도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일부터 시작하고 있다. 누가 이를 대안 야당이라고 볼까. 강력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긴장하는 법이다. 집권 세력이 야당과 국민을 의식하는 것은 선거에서 교체될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당의 주장처럼 집권층이 독주하고 있다면 다름 아닌 대안 세력의 부재가 이를 부채질하는 것이다. 민주당 20년 집권론을 대수롭지 않게 말할 수 있는 바탕 역시 같은 맥락이다. 더 바닥을 쳐야 한다는 말 외에 충고할 만한 대안 부재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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