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불가 입장에 울진 불안'불만

입력 2019-01-29 06:30:00

공론화 거부, 밀어붙이는 탈원전 정책
주민들 "우리의 답답한 심정 들어 달라"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서명운동이 30만명을 돌파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서명운동이 30만명을 돌파하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울진군 평해읍)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 170통에 달하는 이 편지에는 탈원전으로 인해 불안해진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호소가 담겨 있다. 매일신문 DB
한국원자력마이스터고등학교(울진군 평해읍) 학생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손편지. 170통에 달하는 이 편지에는 탈원전으로 인해 불안해진 미래에 대한 학생들의 호소가 담겨 있다. 매일신문 DB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 인원이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신한울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에 대한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백지화는 이미 결정된 사안이며 에너지전환 정책은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할 뿐이다.

◆정부 '신한울 3·4호기' 재개는커녕 공론화도 불가

이달 22일 산업통상자원부 및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들이 모여 진행된 '제1차 신한울 3·4호기 건설 관련 진실 소통협의체'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 장소 역시 언론이나 주민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울진군의회에서 진행됐다. 산자부가 상호 협의되지 않은 내용의 언론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주민대표 측이 꾸준히 요구하고 있는 '신한울원전 건설 재개 공론화'와 관련, 그나마 한발짝 나아가 전문가 TV 토론회 개최를 논의하기로 했다.

울진범군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계속된 언론 공개를 부담스러워 한다. 주민들과 모든 상황을 공개해 상의하기 보다는 일단 불만 달래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에너지전환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울진군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한울에 대해 최소한의 공론화도 거치지 않는 것은 이미 한 결정을 국민이 다시 결정하게 된다는 부담과 결과에 따라 국정 운영의 중심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많은 국민이 바라는 사안이라면 공론화를 통해 정부 결정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속 끓는 원전 지역

탈원전 논란이 길어질수록 울진의 불안감은 더 쌓여가고 있다.

지난해만해도 무려 1천명이 넘는 인구가 감소(5만1천738명→5만164명)했다. 건설노동자 등 유입인구까지 고려하면 3천명의 인구가 외지로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탈원전 위기감은 한수원 등 원전 관련 회사 입사를 위해 일찌감치 진로를 잡은 어린 학생들에게도 번지고 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전문학교인 울진원자력마이스터고는 가동 원전 숫자가 유지된 덕분에 올해는 예년 평균 취업률을 달성했지만, 탈원전 정책이 확산되면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울진원자력마이스터고 한 교사는 "한수원에 직접 취직하는 졸업생들의 비율이 평균 30% 정도였는데 올해는 20% 선으로 줄었다"고 했다.

김창오 울진군의회 원전특위위원장은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1999년에 정부와 울진군이 합의하고 추진해 온 약속사업인데 어떻게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할 수 있느냐"며 "안전 문제로 중단한 것이라면 현재 가동 중인 원전 6기도 모두 중단해야 한다. 정부가 수긍할 수 있는 답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상문제 등 첩첩산중

신한울 3·4호기가 불발될 경우 울진 경제가 추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당장 손해배상을 둘러싼 소송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이 한수원의 허락을 받고 공기를 앞당기기 위해 원전설계 사전 제작에 들어간 게 문제인데, 비용을 두고 두 기관 간 금액차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3천23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고 두산중공업은 4천950억원으로 계산하고 있다.

한수원 측은 "신한울 3·4호기 공사 중단에 따른 보상금 문제에 대해 두산중공업과 계속 협의 중이지만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수원은 소송 결과에 따른 비용 보전액을 정부에 청구할 방침이다. 적법·정당한 지출이라고 판단되면 정부는 국가 예산과 기금 등으로 이를 보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국민 세금으로 탈원전 정책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셈이 돼 논란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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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가 불발되면 신고리 6호기가 마지막 원전

신한울 3·4호기가 정부 뜻대로 중단되면 우리나라 마지막 원전은 '신고리 6호기(2024년 6월 준공)'가 된다.

현재 23기(22.5GW)의 원전이 있지만 11년 후엔 14기(16.4GW)로 줄어들게 되고 신고리 6호기가 설계수명을 다하면 국내 원전 생태계는 문을 닫게 된다.

탈원전이 전기요금 인상과 태양광 발전 설치에 따른 환경훼손, 발전공기업 적자 폭 확대, 해외 원전 수출 실패 등으로 이어질 경우 원전 회귀를 원하더라도 다시 원전을 가동하기엔 너무 늦다는 게 원전 산업계의 얘기다.

원전 관련 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는 국내에는 탈원전을 하고 수출로 우리 기술을 유지한다고 하는데 이는 현실성이 전혀 없는 말"이라고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 논란이 길어질수록 울진 지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울진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 등 탈원전 논란이 길어질수록 울진 지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점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10월 울진 시민단체가 청와대 앞 상경투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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