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띠 유망주 시리즈]연출가 김현규 씨

입력 2019-01-30 17:24:41

연출가 김현규 씨
연출가 김현규 씨

"연극은 시대를 향해 외치는 소리입니다. 연출가라면 항상 시대에 대해 의문을 갖고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때론 격려하고 응원해야지요. 듣는 사람이 없다 해도 외치는 행위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출가 김현규(36) 씨는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계명대학교 성악과와 연극뮤지컬과를 전공하고 지금은 중앙대학교 공연예술학과 연극연출 석사과정에 있다. 대학 졸업 후 2009년부터 공연을 시작한 그는 뮤지컬 및 연극 배우, 연출자 등 50여 차례 활약했다. 뮤지컬 '빨래' '햄릿' '기적소리' '그대와 영원히' '정도전' 등 배우로, 연극 '그날의 우리' '유리동물원' '당신이 잠든 사이' '춘천거기' 등 배우로 출연했다. 지금은 작품을 만드는 연출자의 길을 걷고 있다. 연극 '마지막 20분 동안 말하다' '그때 그리고 지금' '아름다운 일주일'을 비롯해 뮤지컬 '판타스틱스' 연출을 맡기도 했다. 2017년에는 극단 '헛짓'을 창단해 희곡을 직접 쓰고 연출까지 한 연극 '춘분' 을 제작해 호평을 받았다.

김현규 작, 연출 연극
김현규 작, 연출 연극 '춘분' 한장면. 김현규 제공

"극단 이름이 독특한데, 이유가 있나요?" "헛짓이요? 연극은 영화와 달리 한순간의 예술입니다. 매회 똑같은 공연을 해도 그날의 관객반응과 배우의 컨디션 등 여러 여건에 따라 한순간도 이전과 완벽히 같다고 할 수 없습니다. 또 무대 위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가 끝이 납니다. 현장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예술이 연극이며 찰나의 사라질 이야기로 사람들의 마음에서 생존하는 예술입니다. 저에게 연극은 헛짓이지요. 그래도 할겁니다. 연극은 저의 실험이며 반증의 과정이니까요."

그는 올 연말 연극 '춘분'을 다시 공연한다. 춘분은 가족이라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오단과 말해도 모를 것이라는 속단 때문에 무너지고 무뎌지는 가족관계에 대한 회고이자 반성을 담고 있다. 실제 연극 안의 대사들은 그가 살아오면서 어머니와 나눈 대화가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초연 때 부족했던 점을 좀 더 보완해서 관객들에게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의 표정은 밝고 순수하기만 하다.

그에게도 역경이 있었다. 어려워진 가정형편 때문에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또래보다 일년 일찍 졸업했다. 막상 돈을 벌려고 하니 당시에는 어린 나이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인력시장에 가게 되었다. 새벽시간 드럼통에 군불을 쬐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을 비비고 있으면 봉고차가 온다. 사람들이 어슬렁 어슬렁 차 주변으로 모이면 뒷문이 열리고 차에서 내리지도 않은 채 인력소장이 사람들을 골라서 태운다. 그렇게 수십 대에 봉고차가 왔다가고 해가 뜰 때 까지 선택되지 못한 사람들은 그날 허탕이다.

"모든 사람들이 가고 혼자 남아 집에 가는 길에는 참 처량했어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저는 흔들리지 않았어요. 잘 될 것이라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이것이 지금의 저를 있게 한 것 같아요. 아마 저는 잘 될 겁니다."

그는 앞으로 대단하고 큰 이야기보다 소소한 우리 일상에 대한 연극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가 힘들게 살아온 삶의 진솔한 이야기도 표현해볼 생각이다. 공연은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보다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어가는가' 가 더 중요하다. 공연을 준비하는 스테프와 배우들의 마음 가짐이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그는 관계에 대한 미덕과 설득력이 있는 행복한 연출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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