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휩싸인 지역 법조계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은 불행한 선례"

입력 2019-01-24 18:03:40 수정 2019-01-25 10:13:47

일본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 독대 등 부적절한 처신 지적도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 신뢰 회복 절실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방법원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이 구속된 가운데 지역 법조계도 큰 충격에 빠진 분위기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계기로 사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양 전 대법관 구속 소식이 알려진 24일, 대구법원 변호사 변론준비실 등 법조인들이 모인 곳에서는 온종일 그의 구속을 둘러싼 말들이 무성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뭘 그리 잘못했다고 구속까지 하냐'는 이들이나, '이번 사태는 분명한 개인의 사법농단'이라고 반박하는 이들 모두 '사법계 초유의 사태'에 충격을 나타냈다.

지역의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평소 법조계에서 평판이 좋았던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자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컸다"라며 "정책 추진 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양 전 대법원장이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했다거나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양 전 대법원장을 두둔했다.

이 변호사는 또 "지금 상황은 여론에 이끌려 무리하게 구속부터 시킨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든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향후 현 정부의 사법부 개혁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우려스럽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정 성향 판사들만이 전면에 나서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는 것이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법개혁마저 이념적인 문제로 몰아붙이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많은 판사들이 이번 일로 좌절했을 테고, 시민들이 제대로 재판을 받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 양 전 대법관 구속은 불행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법원은 더욱 침울한 분위기였다. 아예 이번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사태에 대해 언급조차 삼가할 정도다. 대구지법 한 판사는 "모두 분위기 좋지 않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극히 조심스러워한다. 다들 착잡한 심경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양 전 대법원장의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을 피력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특히 일본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기업을 대리하는 김앤장 변호사를 독대한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다른 변호사는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상고심은 대부분 김앤장이 맡고 있다. 그런 분위기를 잘 아는 양 전 대법원장이 김앤장 소속 변호사를 독대했다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 신뢰가 회복되길 바란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대한변협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우리 사법사의 가장 치욕스러운 사건 중의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며 "사법부가 국민들이 자랑스러워 하는 사법부, 신뢰할 수 있는 법원으로서 국민 앞에 바로 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춘희 대구변호사회장도 "사법부가 안정돼야 사회가 안정된다"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사법부가 더욱 굳건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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