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짧은 생애지만 매순간을 의미로 채운 삶이라면, 그의 생이 짧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그러나 못다 이룬 열망은 어쩔 수 없이 그의 짧은 생을 말해준다. 책의 제목 앞에 붙은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이라는 전제는 이 책을 설명하기엔 너무나 부족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의사이기도 한 마종기 시인, 이해인 수녀, 이국종 교수 등 저명한 많은 이들이 한국어판 이 책에 추천의 글을 실은 것도 그런 까닭일까?
폴 칼라니티. 그는 아버지, 삼촌, 형이 모두 의사였음에도 의학보다는 문학과 언어의 힘에 매료되어 대학에서 영문학을 선택했다. 문학과 철학을 공부하면서 뇌의 역할에 점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생물학과 신경과학도 파고들었다. 영문학으로 석사과정을 마쳤지만, '생물학, 도덕, 문학, 철학이 교차하는 곳은 어디인가?' 라는 질문을 내려놓을 수 없던 그는 의과 대학원에 진학하여 레지던트 과정을 거의 끝내가고 있었다.

따뜻한 감성과 탁월한 손기술로 최고의 뇌신경 전문의가 되려는 인생의 정점을 앞두고 선고받은 죽음.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은 뭘까를 생각하며 그는 이 책을 썼다. 프롤로그와 본문인 1부, 2부를 그가 썼지만, 에필로그는 그의 아내 루시가 그가 떠난 뒤에 썼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삶을 가꿔온 그가 마지막까지 가족과 수술실 환자에게 집중했고, 마침내 존엄한 죽음을 용기있게 수용한 이야기.
그는 학생들에게 삶의 깊은 의미를 깨우쳐주는 영문학 교수로, 혹은 방사선과나 피부과 같은 덜 고된 분야의 느긋한 의사로, 육체적으로 조금은 덜 고단하게 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덕적인 명상은 도덕적인 행동에 비하면 보잘것 없었다.(66쪽)"는 생각이 의학을 택하게 했고, "신경외과는 가장 도전적으로 또한 가장 직접적으로 의미, 정체성, 죽음과 대면하게 해줄 것(96쪽)"이라는, 소명 의식이 남달랐다.
"의사의 책무는 무엇이 환자의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파악하고, 가능하다면 그것을 지켜주려 애쓰되 불가능하다면 평화로운 죽음을 허용해주는 것이다. 그런 책무를 감당하려면 철두철미한 책임감과 함께, 죄책감과 비난을 견디는 힘도 필요하다.(141쪽)"는 문장은 의사로서의 그의 철학적 고뇌와 소명 의식을 잘 보여준다. 시체해부실이나 수술실의 생경하지만 생생한 장면도 의사 작가의 글이 주는 경이로움이다.
"연애 시작 때의 팔팔하고 눈부셨던 그 남자가 아니다. 뭔가에 집중하는 아름다운 남자였던 투병 말기의 폴, 이 책을 쓴 폴, 병약하지만 결코 나약하지 않았던 그 남자가 그립다.(258쪽)"라고 루시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우리는 이제 이 책 속에서 만날 것이다. 자기 인생의 의미를 겸손하게, 소중하게, 감사하게 돌아보고 싶은 이라면, 그가 어떤 상황에 있든 이 책은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김남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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