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촌한담] 귀촌이 희망이다.

입력 2019-01-23 11:41:58 수정 2019-01-23 18:40:10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산골 겨울은 엄동설한이다. '사람은커녕 날아가는 새도 그쳐 있다'는 송강 정철의 묘사가 한순간 떠오른다. 송강의 낙향은 벼슬 싸움에 밀린 타의적 귀촌이다. 추위를 더욱 매섭게 느꼈을 것이다. 명퇴를 하고 가야산 자락 학계마을로 자발적 귀촌을 한 지 4년이 되었다. 농사, 명상, 목공, 잡담으로 일상을 채우는 귀촌생활이다. 80대 할머니가 가득한 마을회관에 가면 반가운 인사와 함께 산골 음식을 맛볼 때가 많다. 자발적 귀촌의 대선배는 도연명이다.

"돌아가자! 고향전원이 황폐해졌는데 어찌 돌아가지 않으리오. 잘못된 벼슬살이로 고귀한 정신을 망쳤으나 다시 그런 일은 없으리라." 귀거래사 한 구절이다. 도연명의 귀촌은 가난과의 힘든 동행이었다. 스콧 니어링 교수의 귀촌은 신념적 귀촌이다. 반자본주의, 평화주의, 생태주의로 점철된 20세기 미국 최고 지성인의 귀촌이다. 손수 농사를 짓고, 단풍시럽을 만들어 팔며 자신의 사상을 강연하고 백 살까지 살다가 곡기를 끊고 사라져 갔다. 둘 다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려운 귀촌이지만, 귀촌의 핵심은 생활에 필요한 정도의 농사 짓기와 정신적 각오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농사는 지친 마음과 육체를 회복시키는 보약일 뿐만 아니라 장날 국밥값 정도는 보태줄 수 있는 소중한 귀촌 사업이다.

농사는 귀촌의 뿌리이기 때문에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게다가 농사 중심의 귀촌은 모든 면에서 황폐해져가는 농촌을 되살리는 사회적 공헌 활동이다. 난개발과 무질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의 농촌을 남유럽 같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일의 시작을 대도시 은퇴세대가 담당해 주면 좋겠다. 앞으로 지면을 통해 학계마을에서 겪은 소중한 경험과 재미난 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한다.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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