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전력 있는데도 무사 통과?…구멍 난 한수원 인사검증 시스템

입력 2019-01-23 21:30:00

여자축구단 초대감독 모집 당시 과거 성 문제 제대로 파악 못해

선수를 성추행했다가 지난해 사직처리된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단 하금진(45) 전 감독(매일신문 1월 23일 자 6면)이 과거에도 축구협회 여직원을 성희롱했던 전력이 드러나면서 한수원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질타가 커지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016년 창단한 여자축구단 초대감독을 모집하면서 하 씨를 포함한 30명의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인사검증을 진행했다. 이후 2차 합격자 3명을 올려 마지막 검증을 했는데, 이 때 축구협회 관계자를 상대로 평판조사를 했지만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하씨의 성희롱 전력이 묻혀버렸다는 것.

복수의 축구계 인사에 따르면 하 씨는 2017년 3월 여자축구단 감독이 되기 직전인 16세 이하(U-16) 여자대표팀 감독 시절 축구협회 여직원에게 성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낸 사실(성희롱)로 물의를 일으켰다. 축구협회가 2016년 1월 하 씨를 해임할 때 제명 등을 논의만 했더라도 이번 문제가 재발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축구계의 안타까움이다.

당시 하 씨는 이런 전력을 숨기고 2016년 창단한 한수원 여자축구단 감독 공모에 신청해 이듬해 3월 감독으로 취임했다.

한 축구계 인사는 "감독직을 이용해 성적인 문제를 일으킨 사람을 해임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은 것이 문제다. 앞서 축구협회 차원의 제명 등을 논의하는 과정만 있었었도, 이런 사람이 일정기간 몸을 숙인 뒤 다시 축구계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수원 측은 "하 씨와 계약하기 전 외부기관의 신용평가를 거쳤지만 성희롱 전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하 씨의 문제가 확인됐을 때 내부절차에 따라 퇴사처리했고, 이후 협회에 영구제명 등을 건의하려고 했지만 하 씨로부터 명예훼손 소송 등을 당할 우려가 있어 진행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축구협회는 23일 오전 하 씨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주 한수원 여자축구단 선수들이 전지훈련 중인 제주도로 '긴급조사팀'을 급파했다.

조사팀은 협회 변호사와 심리상담 전문가인 대학 교수, 김정선 여자축구연맹 사무국장 등 여성 3명으로 꾸렸고, 이들이 직접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협회는 하 감독이 전임지도자를 맡았던 2014년과 2015년에도 U-20, U-16 여자대표팀 선수 가운데 성적 문제 피해자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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