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탈원전 구호 앞세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겠다니…

입력 2019-01-22 06:30:00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1~4호기)의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조만간 원전 가동을 멈춰야 할지 모르겠다. 월성원전은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거의 찼고, 다른 원전은 8, 9년도 채 남지 않았다. 당장 임시 저장시설 확충에 들어가야 하지만, 정부는 또다시 공론화위원회 타령을 하며 하세월이다.

월성원전의 임시 저장시설은 90.3%의 포화 상태로 2년 내에 새 저장시설이 필요하다. 한빛원전 2026년, 고리원전 2027년, 한울울전은 2028년이면 한계다. 건설 공사 기간이 19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올해 착공에 들어가야 하고, 아니면 월성원전 가동을 멈춰야 한다.

정부는 다음 달쯤 공론화위원회를 결성해 임시 저장시설 건립 여부를 결정한다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탈원전' 정책을 앞세운다지만, 반드시 해야 할 임시 저장시설 추가 건설을 질질 끌다가 코앞에 닥쳐서야 건립한다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건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만약 시민토론, 투표 방식으로 결정되는 공론화위원회에서 부결되면 정부는 원전을 멈출 자신이 있는가.

현 정권의 공론화위원회 만능주의와 '탈원전' 정책의 이해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임시 저장시설은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결정했는데, 지난해 5월 권역별 공론화위원회로 결정권을 넘겼다는 점에서 책임 회피의 전형이다. 임시 저장시설 건설은 '탈원전' 정책과 상관없고, 공론화위원회에 맡겨둘 사안도 아니다.

정부가 임시 저장시설마저 공론화위원회에 맡기는 판국에 고준위 폐기물처리장 건립 논의는 엄두도 내지 못할 것 같다. 2030·40년쯤 사용후핵연료 중간 저장시설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다음 정권으로 넘기는 '폭탄 돌리기'를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부는 '탈원전' 정책 뒤에 숨어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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