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
10여 년 전 경상북도 부지사로 일하면서 외자 유치를 위해 국외로 많이 다녔다. 국제선 비행기를 타려면 새벽에 부지런히 동대구역에서 서울역으로 또 인천공항으로 가야 했다. 거기에 더해 긴 비행을 거쳐 외국 기업가와 투자자를 만났다.
하지만 긴 여정의 수고로움은 번번이 퇴짜로 되돌아왔다. 간곡한 투자 요청에도 '공항이 없다'는 넘사벽에 가로막혔다. 우리는 인천공항을 오가는 불편을 감내하지만 외국 투자자들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대구·경북이 힘겨워진 가장 큰 이유는 세계화 시대에 관문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경 중심의 1960년대까지는 우리 지역이 인구와 경제 규모가 가장 컸고 산업화 및 정보화 시대에도 선전했다. 하지만 21세기 세계화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 반면 영종도에 국제공항을 세운 인천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기업, 외국의 학교와 병원, 국제기구 등을 끌어들이면서 질주하고 있다.
이미 인구 규모는 대구를 추월해 3위로, 지역내총생산(GRDP)은 부산을 추월해 2위 도시로 성장했다. 그런 인천을 보고 있자면 우리 시·도민은 속이 쓰리다. 하지만 마냥 부러워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대구, 포항, 구미도 국제도시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해 하루하루 계속 뒤처지고 있다. 만사를 제쳐 두고라도 세계로 나가는 하늘길부터 열어야 하는 이유다. 항공은 여객도 중요하지만 물류가 핵심이다. 현재 우리 지역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무진동 차량으로 수송하는 데 들어가는 물류비용이 어마어마하다. 항공 물류 수송기를 통해 곧바로 운송할 수 있다면 우리 지역의 산업 경쟁력이 크게 높아진다. 이를 위해서는 3천500m가 넘는 활주로가 있어야 한다. 현재의 대구공항으로는 불가능하고 통합신공항을 건설해야만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처럼 작은 지역에 그런 공항이 필요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를 평가절하할 필요가 없다. 대구경북 520만 인구는 싱가포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 선진국들과 비슷한 규모다.
GRDP도 약 150조원으로 핀란드의 절반에 육박하고 웬만한 나라 규모를 넘어선다. 대구경북이 하나로 뭉쳐 경쟁력을 만들면 얼마든지 하나의 나라처럼 운영할 수 있다. 우리와 인구가 비슷한 싱가포르는 세계적 관문공항인 '창이공항'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역시 통합신공항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다.
한편 부산경남에서 김해 신공항을 가덕도로 변경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공항 입지를 둘러싼 10년의 대립과 아픔을 떠올리게 하는 부적절한 처사다. 그러나 우리는 공항이전특별법에 의해서 진행되는 통합신공항을 신속하게 건설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김해 신공항 문제에 끌려 들어가면 우리가 해야 할 일까지 발목을 잡힐 수 있다.
두 번째 시도지사 교환근무의 날인 16일 대구시청에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통합신공항 이전후보지 두 곳을 둘러봤다. 지금은 한적한 시골 마을이지만 10여 년 후에는 세계 각국으로 오가는 비행기가 분주하게 뜨고 내리는 멋진 국제공항으로 변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때쯤 대구와 경북은 새로운 경제에 대한 기대로 들썩일 것이다. 대구시민들과 경북도민들이 통합신공항에 뜻을 모아 주셔야 한다. 함께 손잡고 세계로 향하는, 미래로 가는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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