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에게 민중(또는 대중)의 뜻은 복종해야 마땅한 지고(至高)의 가치다. 이런 가치관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루소의 '일반의지'다. 일반의지란 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위한 공동체의 의지를 말한다. 이를 따라야 함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골치 아픈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을 일반의지로 볼 것인지 판단은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루소의 대답은 민중이 아니라 '엘리트'였다. 그는 대중을 '어리석고 소심한 병약자'에 빗댔다. 루소와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콩도르세도 이와 비슷한 경멸을 드러냈다. 노동계급을 역사 발전의 주체로 규정한 마르크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노동자 계급은 혁명적이 아니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했다.
이런 생각은 레닌의 '전위(前衛)정당론'에서 더 분명하게 반복된다. 그는 "노동계급 내부에서 진정한 혁명적 계급 의식은 절대로 자동적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며 선택받은 소수의 직업 혁명가 집단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사실들이 말해주는 바는 좌파들에게 민중이란 좌파의 비전을 수행할 수 있을 때만 가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사 재개 관련 공론조사에서 '원전 축소' 의견이 과반을 겨우 넘긴 53.2%로 나왔는데도 "탈원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해 원자력학회 여론조사에서 70%가 찬성하고 서명운동 한 달 만에 24만 명이 동참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는 "에너지 정책의 흐름이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했다. 문 대통령에게 어느 쪽이 진정한 국민의 뜻일까?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2014년 발언은 그 해답의 실마리가 될 듯하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거부하며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데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국회의원이었던 노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국민 정서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국민 여론을 무조건 따를 필요가 없다. 히틀러를 탄생시킨 것도 독일 국민이고 박정희 정권의 유신헌법을 통과시킨 것도 우리나라 국민이었다. 그들이 옳은 선택을 한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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