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흔적] (14)베개

입력 2019-01-14 19:30:00

'개같이 먹고 정승같이 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잠을 잘 자야 낮 동안 긴장돼 있던 근육이나 혈관이 이완되고 조직이 회복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잠자리가 편해야 하는데, 특히 베개가 편안하고 좋아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침구가 아니다. 어깨와 머리를 함께 감싸주어야 하고, 허리가 편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요즈음에는 기능성 베개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개는 머리를 편하게 받쳐주는 침구이다. 보통 천으로 만들지만 나무로 만든 목침, 대나무로 만든 죽침, 도자기로 만든 도침 같은 것도 있다. 목침이나 죽침은 여름철에 민서들이 애용했으며, 상류층에서 사용하던 것 가운데 뛰어난 예술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도침은 머리를 식히기 위해 서재에서 잠간 쉴 때 쓰였는데, 베갯모에 조각이나 그림을 그려 넣어 장식하였다.

전형적인 우리네 베개는 헝겊으로 길쭉하게 만든다. 그 속에 왕겨나 메밀껍질 같은 것을 넣고 봉한 뒤에 흰색 무명으로 홑청을 만들어 겉을 싼다. 또한 양쪽 끝에 대는 베갯모는 좋은 꿈을 꾸고,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여인들이 정성들여 수를 놓았다. 특히 아들 낳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쥐무늬가 많이 쓰였는데, 박쥐의 강한 번식력을 중요시하며 오복의 상징으로 여겼다.

조선시대의 베개는 기록으로 보아 오늘날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구봉침(九鳳枕)은 일반 가정의 신혼부부가 썼다. 부부가 금슬 좋게 아들딸 낳고 창성하라고 베갯모에 한 쌍의 봉과 일곱 마리의 새끼 봉을 수놓았다. 또한 곡침(穀枕)은 둥글고 긴 주머니 속에 쌀겨를 넣고 수를 놓은 베갯모로 장식하였다. 그리고 더위를 피하기 위해 대나무 가지를 엮어서 베개 비슷하게 만든 죽부인을 홑이불 속에 넣고 자기도 하였다.

요즈음의 베개는 헝겊으로 만든 둥근 베개와 긴 네모꼴이 흔하다. 베개주머니는 무명을 비롯하여 조금 두껍고 질긴 천으로 만들고, 색깔은 짙은 색으로 하는 경우가 많으나 더러는 흰색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베갯모의 경우 남자 것은 네모지고 여자 것은 둥근 게 일반적이다. 특히 어린이용은 여러 가지 동물 모양으로 만들거나 장난감을 겸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있다. 그런가 하면 생활환경 변화에 따라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만든 특수한 베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보다 베개는 베갯속이 중요하다. 그래서 통기성과 흡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메밀이나 왕겨는 푹신하면서도 탄력이 있어 머리의 혈액순환에 좋고, 결명자와 말린 국화는 머리와 눈을 맑게 해준다고 알려졌다. 각설하고, 뭐니 뭐니 해도 베고 누웠다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기분이 좋아지는 베개가 으뜸이다.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