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문화도시 대구, 영국 리버풀처럼

입력 2019-01-08 13:04:50 수정 2019-01-08 16:35:10

서영완 작곡가

문화의 발전은 단기간의 계획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과 계획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성이 중요하다. '바람직한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한 정책 제안'(임동근)에 이러한 지속성의 중요성을 잘 설명하고 있는데,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도시'라는 용어의 정의도 없이 문화도시로 선정한 한 도시에 거의 2천억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정권이 바뀌게 되면서 그 방향성을 잃어버렸고, 모든 사업의 이름 또한 새롭게 변경됐다. 당연히 애초에 기획했던 의도도 변질됐다.

작곡가 서영완
작곡가 서영완

우리가 잘 아는 팝 그룹 '비틀즈'는 그 이름만으로도 하나의 도시를 대변할 충분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영국 리버풀 이외에 어떤 도시가 그 이름을 간판으로 내 걸 수 있을까. 사실 리버풀은 1990년 후반까지 전쟁으로 황폐해진 패망한 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1980년대 '머지사이드 구조계획' 이후 다시 국제사회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내는 중요한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내부의 에너지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러기 위해 리버풀이 선택한 무기는 도시를 유럽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게 하겠다는 문화중심 정책이었다. 리버풀은 문화를 통한 도시의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다는 원대한 꿈을 시민들에게 꾸준히 설득했고, 목표를 공유했다.

그 결과, 2008년 유럽연합 선정 문화도시로 지정됐고, 이어 '리버풀 컬처 컴퍼니'를 설립·운영하면서 이 모든 정책의 지속성을 유지해 나갔다. 2010년 중반부터는 문화도시의 변모해, 인구는 물론 관광산업을 통한 큰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대구 역시 문화 인프라가 대단한 도시이다. 뮤지컬·오페라 그리고 교향악단·극단·무용단· 국악단 등이 시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와 대구미술관, 예술발전소 등과 각 구마다 운영되고 있는 문화회관 등을 열거하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또, 대구(경산 포함)는 많은 대학을 도시 내에 품고 있다. 각 대학은 음대와 미대 그리고 문화 전반에 걸친 전공학과를 갖고 있다. 대학에서 매년 문화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으며, 거기에 더 나아가 2017년에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로 선정된 바 있다. 외국의 문화도시들과의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도시의 이점은 세심한 배려를 통한 장기적인 계획이 없이는 의미있는 하나의 결과로 모아지기 힘들다. 국민소득 3만불은 그 나라 국민의 문화산업 소비의 분기점으로 사용된다. 앞으로 활력 넘치는 문화도시 대구를 위해 대구시와 시민들이 함께 문화를 어떻게 융성시킬 지,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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