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산업 시대 온다

입력 2019-01-07 19:30:00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이상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이다. 이상기후로 인한 갑작스러운 추위는 예측도 어렵고 서민들의 체감온도를 더 떨어뜨린다. 이상기후가 낯선 것은 아니다. 작년 여름 한반도는 폭염으로 몸살을 앓았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그 뜨거웠던 여름에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우리 가족은 어떻게든 견뎌보기로 했지만 아이들이 힘들어했다. 집 밖에 나가서 아파트를 올려다보니 베란다 창문이 열려 있는 집은 우리 집뿐이었다. 아파트 단지 내 모든 실외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풍이 우리 집 거실로 쏟아져 들어오는 거 같았다. 뒤늦게 에어컨을 주문했지만 물량이 모자라 10일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에 망연자실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선풍기 하나로 버티는 서민들은 얼마나 힘들지 뼈저리게 공감하게 되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온도가 2℃ 이상 올라가면 지구 생물의 3분의 1이 멸종 위기에 처한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IPCC 총회에서 '1.5도 특별 보고서'가 채택된 이유다. 기후변화의 대표적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를 꼽는다. 지구온난화는 우리가 연일 방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가 주범이다. 이산화탄소는 지표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복사에너지를 우주로 보내지 않고 다시 지구로 보내서 온도를 높인다. 이것이 지구에 온실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온실효과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구의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시켜 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대기 중에 이산화탄소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많아지면서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예기치 못한 기후변화가 생겨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야 지구의 기온 상승을 막을 수 있다. 화석연료를 태워 지구의 환경을 파괴하고 성장만을 추구해 온 인류는 과학기술이 지구온난화 문제도 해결해 줄 것으로 믿는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이산화탄소를 자원으로 바꾸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빛과 촉매를 이용해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다시 쓸모 있는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이다. 아직 효율이 상용화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아 미국 투자사로부터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고 있다.

지난해 4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규 R&D 사업의 기획 수립 배경과 주요 내용에 대한 공청회를 가진 바 있다. 2030년까지 에너지 융합형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신산업을 창출한다는 것이다. 이는 놀랄 일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다. 지구온난화라는 위기 속에서 인류는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자원으로 다시 전환하고 이를 산업화하겠다는 계획을 발 빠르게 실천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자원화하는 산업은 반드시 미래에 온다고 예상된다. 대구시와 지역 기업들도 탄소 자원화 산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할과 방법을 좀 더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늘리고 시범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또는 연구에 참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해가 지날수록 폭염과 한파가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혁신 기술로 무장한 신산업이 육성될 수 있는 터전 없이는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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