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이 걱정스럽다. 모두 경제를 살리라고 아우성인데 언론 탓을 하고 나섰다. 내용을 보면 이렇다. 우리 사회에 '경제 실패' 프레임이 워낙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성과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이유는 '보도하고 싶은 것만 부정적으로 보도되는 상황' 때문이다. 요약하면 지금 우리 경제는 실패한 것이 아닌데 언론이 실패라는 프레임을 뒤집어씌웠다는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한 대통령의 말이다.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떠오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술 더 뜬다. '경제 위기를 조장하는 건 오염된 보도 때문'이라 했다. 현재의 경제 위기론이 '보수정당과 보수언론, 대기업의 이념동맹 결과물'이란다. 현 정부의 경제 실정에 대한 비판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을 이명박·박근혜 때로 돌려놓기 위한 작업'이라 규정했다.
과연 그런가. 2018년 이후 한국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멍청한 이론'(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아서 래퍼의 발언)의 실험장이 됐다. 결과는 참담하다. 한국이 유례없는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지표는 넘쳐난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 34만 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업률은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폐업한 자영업자가 처음 10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영업자마다 1명씩만 고용한다 해도 100만 일자리가 허공에 뜬 셈이다. 가난한 사람이 더 가난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세계는 호황을 누리는데 한국만 예외다. 20172018년 세계 경제가 각각 평균 3.7% 성장할 때 우리나라는 3.1%, 2.7% 성장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2.7%는 미국 4.1%보다도 한참 낮다. 1960년대 한국 경제의 도약이 시작된 후 한국 성장률이 미국에 뒤처진 것은 1026 후인 1980년, 환란위기던 1998년과 촛불시위로 얼룩진 2015년 세 차례뿐이었다.
이런 지표를 두고 남 탓, 언론 탓은 가당찮다. '바보들은 항상 남의 탓만 한다'는 책을 쓴 미국 코넬대 출신 존 밀러의 지적이 따갑다. "국가 지도자들이 자신과 맞는 것만 좇아가며 맞지 않는 사람에게 모든 갈등의 원죄를 덮어씌우는 것은 바보처럼 어리석은 짓이다. 결국 국가와 조직을 불행하게 만들 수 있다."
남 탓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수필 '7명의 바보들'을 쓴 영국 시인 알렉산더 포프의 말도 새겨봄직하다. '어제의 실수를 보면서 고치지 않는 사람'은 첫째 바보고, '자기 생각을 바꿀 용기가 없는 사람'은 셋째 바보다.
언론은 민심의 전달자일 뿐이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국민이 한다. 언론이 있지도 않은 경제 실패 프레임에 가둔다고 국민이 따라올 리도 없다. 언론마다 해석을 달리 할 수는 있지만 본질은 하나다. 그 본질이 지금 나라 경제를 온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런 경제 담론을 주도하는 분들이 거짓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분들이 만나는 사람, 삶의 터전, 공부한 것, 주고받는 정보가 편향돼 있기 때문에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다"고 했다. 옳은 말이다. 하지만 남 탓이 안 되려면 이 말은 먼저 스스로를 향해야 한다.
'군자는 허물을 자신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허물을 남에게서 구한다.' 논어에 나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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