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2018년 한 해도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하지만 국민들의 걱정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청량감있는 말보다는 국민들 속을 더 끓게 만드는 '울화통 발언'이 더 많아 정치에 대한 혐오를 더욱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자동차·조선업 등 제조업 분야 실적이 개선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이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는 말을 인용했다.
이에 대해 격렬한 비판이 나왔다. 대구경북을 비롯해 자동차 협력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 있고, 조선업은 구조조정으로 인해 울산 등 경남 제조업 벨트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말을 두고 "대통령은 늘 왜곡된 정보에 대해서 경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정보왜곡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고 쏘아붙였다.
문 대통령이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최저임금 담당 공무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너무 빠릅니까? 솔직하게(말해 주세요)"라고 질문을 던진 것도 대통령이 경제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샀다. 불통 이미지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주 얘기했다는 "독대가 필요합니까"라는 발언과 똑같다는 비난도 나왔다.
집권 여당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월 8일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는 제가 지금까지 공직생활하며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고 했다. 경기가 어렵다는 비판을 수용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여당 대표가 경제 생황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지난 6·13 지방선거를 지휘했던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3월 당내 중진들이 자신을 비판하자 "한 줌도 안 되는 그들이 당을 이 지경까지 만들고도 반성하지 않고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드는 것을 이제 용납하지 않겠다"며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연탄가스는 물론, 바퀴벌레라는 단어까지 동원하는 등 홍 대표의 거친 입은 세간의 화제가 됐으나 지방선거 참패라는 참담한 결과물로 돌아왔다.
지역 국회의원 가운데 큰 설화를 낸 인물도 있었다. 정태옥 의원(대구 북갑)은 지난 지방선거 투표 직전 한 방송에 나와 "서울 사람들이 잘 살다가 이혼하면 부천으로 가고, 부천에서 살기 어려워지면 인천으로 간다"는 내용의 이른바 '이부망천'을 언급, 인천과 부천 지역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다. 정 의원은 이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한국당을 탈당했다. 정 의원은 지난달 명예훼손·모욕,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근 큰 이슈가 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내놓은 "문재인정부 유전자에는 민간인사찰 DNA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도 국민 여론과 동떨어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발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경제 상황 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실상 경질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퇴임사를 통해 "국민들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인기 없는 정책을 펼 수 있는 진정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말만 앞세우며 기반공사도 없이 모래 위에 집을 짓고 있는 정치권의 무책임함을 비판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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