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로 살아남기 (1) 막창집 운영하는 김종무(29) 씨

입력 2019-01-02 06:30:00

지역의 자영업자들은 지난해 유독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경기 부진에다 최저임금 인상이 겹치며 지난해 폐업 자영업자가 100만명에 달한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힘든 시기에 오히려 과감하게 자영업에 뛰어든 젊은 지역 청년도 있다. 이들은 철저한 준비와 유행에 맞는 감각으로 경기 부진에 맞서고 있다. 꿋꿋이 버티고 있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종무 - 동그리막창 사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김종무 - 동그리막창 사장.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상권, 입지에 연연하기보다는 손님이 찾아올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남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던 김종무(29) 씨가 자영업에 뛰어든 것은 용돈벌이로 시작한 팥빙수 장사가 계기였다. 군대 전역 후 김 씨는 달서구 야외음악당에서 팥빙수 노점으로 첫 장사를 시작했다. 전단지를 뿌려 손님을 모으고 직접 만든 음식을 팔아 돈을 받는 것도 처음 경험하는 일이었다.

김 씨는 "용돈이나 벌자는 생각으로 친구와 팥빙수 기계를 사서 그릇 당 3천원에 팥빙수를 팔았는데 정말 재밌었다. 내 음식을 파는 경험은 물론이고 다른 노점상과 손님을 두고 투닥이는 일마저 특별한 경험이었"며 "다른 사람들이 힘겨워하는 호객행위도 아무렇지 않았다. 손님을 직접 상대하는 자영업이 잘 맞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2016년 서문시장 야시장이 개장한 것은 김 씨에게 호재였다. 참신한 청년 상인들을 구하던 대구시와 김 씨의 입장이 맞아떨어진 것. 김 씨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야시장에 매대를 얻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직접 가게를 차릴 여력이 없던 김 씨에게 서문시장 야시장 경험은 좋은 발판이 됐다. 떡갈비 튀김, 수박 식혜 등 참신한 메뉴를 내세운 김 씨 매대에는 손님이 줄을 섰다. 한창 많이 팔릴 때는 하루에만 100만원 어치를 판적도 있을 정도였다.

2016년 11월 서문시장 4지구 화재로 장사를 접게 된 김 씨는 아예 자기 가게를 차리기로 했다. 그동안 장사를 하며 모은 돈과 가족·친척에게 빌린 돈 4천만원이 종잣돈이 됐다. 김 씨는 지난해 11월 대구 서구 비산2·3동 서부시장 인근에 막창집을 차렸다.

김 씨는 가게를 처음 봤을 때 허름하기 짝이 없었다고 했다. 70년 넘은 노후 건물에 들어선 월세 20만원의 가게는 폐허에 가까웠다. 천장에는 구멍이 송송 나 있고 벽지는 찢어져 있었다.

김 씨는 가게를 젊은 감각에 맞게 바꿔놨다. 막창의 경우 냄새가 옷에 배는 경우가 많아 드레스룸을 꾸미고 손님 외투를 보관하도록 했다. '기분이 저기압일 땐 고기앞으로 가라',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로 대표되는 센스 있는 문구도 내걸었다. 고령층이 대부분인 비산2·3동 주민들도 '젊은 총각'의 파격적인 행보에 관심을 보였고 단골이 됐다.

김 씨는 "처음에는 남 밑에서 일하는 게 안맞는다는 철없는 생각으로 자영업을 꿈꿨던 것이 사실이다. 일반 직장인 월급만큼 남기기도 빠듯하고 주변에는 더한 곳도 많다"며 "쉽게 돈벌려고 창업하는 것은 허황된 생각이다. 스스로 삶터를 꾸려가는 데 성취감을 느끼면서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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