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에 찾아온 대구 '키다리 아저씨'…8번째 기부

입력 2018-12-26 13:47:49

1억2천만원 수표 전달…총 기부액 9억6천여만원 개인기부액 역대 최고

24일 오후 익명의 고액 기부자
24일 오후 익명의 고액 기부자 '대구키다리 아저씨'가 대구모금회를 찾아 1억2천여만원짜리 수표를 건넸다.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오늘 저녁에 시간되능교? 같이 밥 한 끼 합시다."

지난 24일 오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대구공동모금회)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 너머로 전해진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의 주인공은 얼굴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대구 키다리 아저씨'다.

그날 저녁 이희정 대구공동모금회 사무처장과 김용수 모금팀장 등 직원들은 동구 한 매운탕집을 찾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단촐한 차림의 '키다리 아저씨' 부부가 들어왔다.

그는 매달 1천만원씩 모은 원금과 이자 등 1억2천만원짜리 수표가 들어있는 봉투를 건넸다. 키다리 아저씨는 "올해 경기가 너무 어려워 기부가 쉽지 않았지만 나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다"며 "혼자만의 나눔으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시민이 나눔에 참여할 방법을 찾아달라"고 했다.

키다리 아저씨의 부인은 "남편은 어릴 적 꼭 공부를 하고 싶어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했다"며 "그래서 남들을 돕는데 더 앞장서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우리는 10㎡ 남짓한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신혼생활을 시작했다"며 "아직도 갖고 싶은 게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다 가졌기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60대 남성인 키다리 아저씨는 지난 2012년 1월 대구모금회에 1억원을 전달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1억2천만원 가량 씩 기부를 이어왔다. 그가 7년간 8차례에 걸쳐 기부한 금액은 9억6천여만원으로 대구공동모금회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다.

이희정 대구모금회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을 기부해 주신 키다리 아저씨에게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중한 성금을 대구의 소외 이웃들에게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키다리 아저씨의 기부에 힘입어 대구모금회의 '희망2019 나눔캠페인' 사랑의 온도탑의 수은주도 40.3℃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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