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최적기는 당신이 짐을 꾸리는 지금
대한민국 면적의 85% 크기, 계획 잘 짜야
삿포로 중심의 중부지역, 여행 인프라 최적
홋카이도(北海道) 여행의 최적기는 겨울이 아니다. 당신이 떠나는 때다. 청명함에 눈이 번쩍 뜨이는 봄, 서늘한 날씨 덕에 피서지로 찾는 여름, 색깔을 바꿔 만물이 휴식에 들어가는 가을까지 홋카이도는 여행자가 오는 때에 맞춰 캐릭터를 바꾼다.
홋카이도 소개 글의 관용구처럼 돼버린 '오겡끼데스까(お元気ですか)'나 1995년 작품인 영화 '러브레터'를 끌어와 설명하기엔 어딘가 식상하다. '눈의 나라'는 진부하기까지 하다.
하마터면 애써 어설픈 미사여구를 갖다 붙일 뻔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여행자는 그저 마음만 먹으면 된다. 홋카이도 여행의 최적기는 짐을 꾸리고 있는 '지금'이다.

◆홋카이도 들어가기
홋카이도는 권역별로 여행하는 게 현명하다. 넓어서다. 대한민국 면적에서 강원도를 뺀 정도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다. 남한 면적의 85%다. 홋카이도 도청도 관광안내책자에 권역을 나눴다.
적당히 남부, 중부, 동부, 북부로 가른다. 국내여행사들은 주로 중부 권역을 상품으로 추천한다. 삿포로를 중심으로 한 중부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하코다테, 후라노 등 일본여행 마니아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은 각각 남부, 북부에 속한다. 이동시간이 문제다. 여행에 무리가 있을 정도는 아니다.
겨울엔 직접 운전해서 돌아보겠다는 호기는 접어두는 편이 낫다. 우선 눈이 많다. 속도를 내기 어렵다. 자연 환경 파괴를 막는다며 도로 폭을 좁게 설계한 탓도 있다. 홋카이도는 3박 4일 정도의 일정으로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큼 작은 곳이 아니다.
최동단 네무로는 삿포로에서 447km, 자동차(괄호 안은 기차, 신칸센이 아니다.)로는 7시간 25분(6시간 20분) 걸린다. 최북단 왓카나이는 339km, 5시간 14분(5시간 5분). 중간에 쉬는 시간을 포함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을 꼭 감안해야 한다. 그나마 도로 사정이 괜찮다는 최남단 하코다테까지는 310km, 4시간 22분(3시간 33분)이다.
신칸센이 홋카이도로 연결됐다고는 하지만 최남단 하코다테까지다. 그마저도 도쿄에서 4시간 2분 거리다. '홋카이도 전체를 효율적으로 여행하고 싶다면 비행기 이용을 추천한다'는 문구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밤마다 반짝이던 삿포로 시내

-오도리공원
겨울밤이 길어 여행에 불리하단 말은 삿포로에선 틀렸다. 밤이 깊을수록 야경은 독보적으로 빛난다. 삿포로의 야경, 특히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겨울 삿포로의 킬링 콘텐츠다. 삿포로 시내 여러 구역에 나뉘어 야경을 뽐낸다. 안타깝게도 오도리공원에서 열리는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은 성탄절에 끝났다. 하지만 대형 겨울 축제인 '삿포로 유키마츠리(눈축제)'가 2월 4일부터 일주일간 열린다.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의 조명이 꺼져도 형설지공의 정신이 남아있다. 오도리공원 주변에는 지겹도록 눈이 남아있다. 눈빛을 조명삼은 산책은 낭만의 극치다.

삿포로 산책의 중심 오도리공원은 정방형에 익숙해 있던 공원의 선입견을 깨준다. 시내 한가운데 길쭉하게 펼쳐져 있다. 폭 65m, 길이 1.5km 공원이 시내를 반으로 나눈다. 태생적으로 불길을 막아주는 방화선 역할을 했던 곳이다. 덕분에 삿포로 주요 축제의 무대가 돼 준다. 계획도시인 삿포로의 특징이다. 조심할 것은 눈이 켜켜이 쌓여 단단하게 다져진 길이다. 유모차를 끄는, 예쁜 신발을 신은 이들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눈길 걷기엔 투박해도 등산화가 최고다.
-노면전차
여행 와서 걷지 않고 눈으로만 보겠다는 건 '호갱님' 소리를 들어도 좋다는 뜻이다. 느린 만큼 많이 보인다. 그래서 추천하는 게 삿포로 노면전차다. 속도가 느려 감사한 교통수단이다. 차라리 걷는 게 빠를 정도다. 삿포로 노면전차 요금은 어른 200엔, 어린이 100엔이다. 후불제다. 공휴일이라면 전용 1일 승차권 '도산코 패스'가 효율적이다. 전차 안에서 살 수 있다. 360엔으로 어른 1명, 어린이(초등학생) 1명 무제한 승차다.

노면전차를 타고 가는 길에 스스키노빌딩을 위시한 빌딩숲이 나온다. 오사카 도톤보리의 글리코 아저씨만큼 유명한 포토존이 삿포로 스스키노의 닛카 아저씨다. 사람들이 갑자기 도로 중간으로 들어가서 사진을 찍거나 오두방정을 떠는 경우가 있는데 닛카 아저씨를, 노면전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몸부림이다. 말하나 마나겠지만 위험하다.

-옛 홋카이도 도청사
낮에 돌아볼 만한 곳으로는 옛 홋카이도 청사가 있다. 1888년 준공된 일본 국가중요문화재다. 그런데 얼핏 대구 중구 삼덕동 경대병원 본관과 닮았다. 안으로 들어가 중앙으로 오르는 가파른 계단을 보자 더 닮은 듯하다. 경대병원 본관, 즉 옛 도립대구병원 역시 일제강점기인 1928년 준공됐던 터였다.
겨울에 온 여행인 만큼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는 감수해야 한다. 날씨 탓으로 숙소에만 틀어박혀 있는 건 삿포로에선 안 통한다. 춥다면, 눈 맞기 거북하다면 타누키코지, 오로라스퀘어로 잠시 들어서는 것도 좋다. 삿포로에서 길을 잃기 어려운 데는 높이 147m 테레비탑과 오도리공원의 공이 크다. 그에 못지않게 아케이드가 설치된 타누키코지와 대형 지하상가인 오로라스퀘어도 방향 중심점이 돼 준다.
◆홋카이도 중부의 별

-오타루
삿포로 북서부에 오타루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굳이 영화나 드라마를 끌어와 소개하지 않아도 오타루는 오타루 자체로 눈요기가 되는 곳이다. 홋카이도의 겨울은 뭐든 눈에 싸여 있어 웬만하면 그림이 된다.
오타루에는 세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우선 운하다. 짧은 구간이지만 눈을 배경으로 야간 조명까지 더하면 한껏 감성을 자극한다. 유리 제조로도 유명하다. 아사하라 히사요시(浅原久吉)라는 사람이 어선에서 사용하는 유리부표를 처음 이곳에서 만들었다고 한다. 일본의 유명 유리 제조사 아사히 글라스와는 관련이 없다. 거리에 유리공방이 군데군데 눈에 띄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오르골이 유명하다. 이곳에서 만든 오르골이 후쿠오카에서도 팔린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300만원을 훌쩍 넘는 오르골도 있어 단순히 장식품이겠거니 여겼는데 웬걸, 중국 관광객들이 간혹 사간다고 한다.

-시코쓰도야 국립공원
삿포로 남서부에 시코쓰도야 국립공원이 있다. 그 중심에는 도야호가 있다. 가까이 있는 우스잔 화산이 폭발 전력이 있다. 불과 18년 전이다. 아래에 마그마가 상존한다. 도야호는 그래서 겨울에도 얼지 않는다. 외려 독특한 빛깔이 눈길을 잡는다. 청록빛이다. 둘레 43㎞로 유람선이 운항중이다.

노보리베츠는 벳부에 버금가는 유명 온천지대다. 아이누족의 말로 '색이 짙은 강'이란 뜻이다. 큐슈의 오이타현 벳부와 비슷한 캐릭터다. 유황향 펄펄 풍기는 지옥계곡을 관광 상품으로 내세운다. 일본 북단의 노보리베츠와 남단의 벳부는 위도차가 크다. 겨울이면 눈에 둘러쌓인 노보리베츠에 비해 벳부는 따뜻한 편이다.
※취재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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