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넉달 째 항암치료, 내달 골수이식 예정
협심증에 당뇨병 앓는 아버지가 홀로 간병, 1천500만원 수술비 마련 막막
급성골수성 백혈병을 앓고 있는 있는 황연준(가명·26) 씨는 4시간째 미동도 않고 누워 있었다. 기진맥진한 표정의 연준 씨 곁에서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는 혈액 성분분리기가 분주히 돌았다. 다음 달로 예정된 연준 씨의 골수이식 수술을 준비하고자 나흘째 이어진 조혈모세포 채취 마지막 날이었다.
◆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백혈병
건강을 자신하던 20대 청년에게 병마는 예고 없이 다가왔다. 지난 9월, 유통업체에서 일하던 연준 씨는 심한 두통과 함께 머리가 핑 도는듯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이상 증상은 며칠 째 이어졌고, 견디다못해 찾아간 병원에서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연준 씨는 "중학생 때 두 차례 기흉 수술을 받은 것을 제외하면 건강에 문제가 없던 터라 몹시 당황스러웠고,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큰 병에 걸렸다는 생각에 암담했다"고 했다.
슬퍼할 틈도 없이 항암화학요법 치료가 시작됐다. 연준 씨는 닷새 간 항암제를 맞고 3주간 체력을 회복하기를 넉달 째 반복하고 있다. 1차 항암치료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거의 빠져버렸을 정도로 체력의 극한까지 다다랐다. 다행히 항암치료는 계획대로 진행됐고, 골수이식 수술을 하기로 결정했다. 연준 씨는 자신과 맞는 조혈모세포 기증자도, 형제도 없는 탓에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선택했다.
수술을 앞둔 요즘은 연준 씨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항암치료로 체력도 많이 떨어진 데다 조혈모세포를 채취하려고 사타구니에 카테터를 삽입한 뒤로 두통까지 심해진 것. 반그릇이라도 억지로 비우던 식사도 통 못하고 있다.
연준 씨는 할머니가 병문안을 왔을 때를 생각하면서 힘을 낸다고 했다. 연준 씨는 "올해 88세인 할머니가 '빨리 나아서 할머니랑 같이 오래오래 살자'고 하시더라. 치료 잘 받고 빨리 나을 테니 할머니는 아무 걱정하지 말라고 오히려 달랬다"고 했다.
◆ 아픈 아들 홀로 돌보는 아버지
백혈병을 앓는 아들의 곁은 아버지 황기호(가명·56) 씨가 홀로 지키고 있다.
"하나 뿐인 아들이 백혈병이라고 했을 때는 앞이 캄캄하고 아무 생각이 안나더군요." 황씨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연준 씨가 두 살이었을 때 아내와 이혼한 후 황 씨와 노모에게 연준 씨는 삶의 전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들을 제대로 키워보려 했지만 삶은 녹록지 않았다. 주점이나 농산물도매 등 사업을 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고, 4년 전 2천만원의 부채만 남기고 모두 정리했다. 아들의 간병에 매달리기 전까진 통근버스 운전기사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정작 황 씨 본인도 건강이 좋지 않다. 협심증으로 자고 일어나면 가슴이 쑤시는 통증을 견뎌야하고, 4년 전부터 당뇨병이 찾아와 약물치료를 하고 있다. 황 씨는 "아들이 아픈 뒤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은 탓인지 요즘은 눈이 침침하고 잘 보이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나마 기초생활수급자로 선정되면서 이달부터 매달 80여만원을 지원받지만 월세 33만원을 내곤 나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 황 씨 혼자서 아들의 간병을 하고 있는 터라 1천5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이는 골수이식수술비는 당장 마련할 길이 없다.
"연준이가 힘든 티를 잘 내지 않는데 며칠 전에는 눈물을 많이 쏟더라고요. 아프기도 하고 겁도 나고, 또 서글프기도 하다고. 아들이 병마를 이길 때까지 제가 곁에서 잘 보살펴야죠." 담담하게 말하던 황 씨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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