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참사랑을 훔치자!

입력 2018-12-21 11:21:01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라고 피카소가 말했다.

학생들이 논문을 작성하면서 가장 먼저 익히는 것이 소위 '내 언어로 표현하기'이다. 따옴표를 붙이는 직접 인용이 아닌 간접 인용을 하기 위함이다. '내 언어로 표현하기' 라는 그럴듯한 이름 뒤에는 '어휘 바꾸어 표현하기'라는 기교가 숨어있다. 그러나 표현을 바꾼다고 내용이 달라지는가? 사상을 훔치기 위해서 그 전 단계로 안전하게 마음껏 베끼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한 단어, 한 줄 문장마다 철저하게 증거자료를 대며 논문을 작성했다. 성실하고 엄밀한 논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자기 것이 아니라는 고백이다. 그는 그렇게 남의 것을 베낀 글을 당당하게 제출했다. 더구나 정말로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지도교수의 테제는 너무나도 정확하게 반영을 하였다. 교수님의 테제를 그냥 통째로 훔친 것이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도둑맞은 불쾌감을 표현하기는커녕 도리어 칭찬하였다. 세상 사람들도 그 사람이야말로 지도교수의 수제자라고 평가했다.

나 역시 그렇다. 나는 누가 내 것을 베끼든 훔치든 무조건 환영이다. 마음껏 사용하고 애용하라고 글도 쓰고 방송도 하는 것 아닌가? 나와 함께 사상을 공유하는 친구가 생기는 데 싫을 리가 없다. 원래부터 나의 고유한 것이 없었다. 해 아래 새것이 없다. 내가 최초로 말한 것도 인류 최초가 아닌 것이 많다. 내 생각 또한 돈 내고 사온 생각이 아니다. 선조들의 좋은 책, 좋은 생각을 거저 배운 것일 뿐이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야 한다.

그중에 나의 고유한 것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나만의 톤, 나만의 색깔이 있다. 하지만 새로운 땅을 향해서 한 발자국 발을 내디딘 사람이 신대륙을 탐험했다고 과장할 수는 없지 않은가?

테크닉의 발전을 보아도 그렇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모바일 앱을 보면 이것들이 개발되기 전에도 사람들은 PC에 부피가 큰 프로그램을 설치하지 않고 단순한 단말기로 온라인상에서 프로그램과 데이터를 불러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것은 월드와이드웹이 시작되면서부터 공유했던 아이디어였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그대로 실현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여기에서 필요한 것이 가치를 함께 나누는 공동체 의식이다. 공유 의식이다. 왜 책을 쓰는가? 가치를 나누기 위함이다. 수많은 책은 한결같이 많이 인용하고 사용하라고, 공유하자고 발행되는 것이다. 함께 나누고, 공유하고, 함께 전해야 할 진리라면, 그 방법이 직접 인용이든, 편집이든 무슨 상관이랴. 어떤 방법이든 그 가치를 함께 나누는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다.

오는 25일은 모든 인류가 경축하는 성탄절이다. 예수님이 아기로 탄생하신 날이다. 예수님은 누구에게는 구세주요, 다른 누구에게는 선생님, 위인, 성인이다.

예수님이 보이신 사랑은 자기를 죽여 모두를 살리신 사랑이요, 우리에게 요구하신 사랑도 자기를 버려 형제를 살리는 자기희생적 사랑이다. 이 세상의 그 어떤 사랑도 이 사랑보다 진실하고 희생적이고 참된 사랑은 없다. 이 사랑이 우리를 감동하게 한다. 이 사랑이 이기적인 우리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게 하는 원동력이다.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그대로 사랑하라고 하신다. 예수님의 가치를 그대로 행하라는 말씀이다. 사람을 향한 사랑만큼은 통째로 훔쳐 가라고 하신다.

예수님의 살신성인 사랑을 그대로 모방해보자. 사랑에는 저작권도 없고, 판권도 없고, 표절 논란도 없다. 거저 내어놓으신 사랑이니 통째로 훔치자.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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