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방문객들 하염없이 택시 기다려…대학병원 주차장은 오전 일찍 만차
카카오 카풀 서비스 도입을 반대하는 대구 택시업계 총파업으로 20일 택시 운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출근길 지각 사태가 속출하고 공항, 철도 이용객들의 발이 묶이는 등 불편을 겪었다. 이날 대구에서는 개인택시 1만여대와 법인택시 6천여대가 파업에 동참했다.
◆대중교통으로 시민 몰려 북적
20일 오전 7시쯤 달성군 다사읍의 한 버스정류소. 평소 이용객이 한두 명에 그치는 한산한 정류소이지만, 이날만은 출근길 시민 10여명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원 이모(58) 씨는 "평소처럼 택시를 타고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콜택시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했다.
이날 하루 대중교통 이용객은 평소보다 크게 늘었다.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도시철도 이용객은 26만7천842명으로 지난주 목요일 같은 시간 이용객 26만1천5명보다 6천837명(2.6%) 많았다.
새벽 일찍 출근하는 근로자들은 택시 대신 시내버스 첫차를 기다리는 불편을 겪었다. 청소부로 근무하는 원모(53·동구 신천동) 씨는 "택시 파업 사실을 모르고 출근길에 올랐다가 20분 지각했다"면서 "수십분을 기다려도 택시가 오지 않아 결국 시내버스 첫차를 탔다"고 했다.
반면 도로는 평소보다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직장인 김모(44) 씨는 "중구에 있는 직장까지 차로 30분 이상 걸리는데, 이날은 20분 만에 도착했다"면서 "택시가 운행하지 않아 불편했지만 오히려 교통 소통은 원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역, 공항 이용객들 당황
혼란이 덜했던 출퇴근길과 달리 철도역과 버스터미널, 공항 이용객들은 당황했다. 수십여대의 택시가 줄지어 대기하는 동대구역 앞 하루 종일 텅텅 비어있었다. 인근 버스정류소는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에 타고 내리는 이들로 북적였다.
서울로 면접을 보러간다는 정소정(24) 씨는 "오전 7시 30분에 서울행 KTX를 타야하는데 택시가 잡히지 않아 당황했다"면서 "조금만 늦었어도 열차를 놓칠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택시정류장 앞에는 대구시 택시물류과 직원 2명이 상주하며 이용객들에게 택시 파업 사실을 안내했다. 동대구복합환승터미널과 동대구역 후문, 대구역 등에도 시 공무원 3명이 배치됐다.
그러나 대구를 찾은 타 지역민들은 뒤늦게 파업 사실을 알고 발이 묶이기도 했다. 이현자(54·대전 유성구) 씨는 "대전에서도 택시 파업이 진행 중인데 대구도 파업 중인지는 미처 몰랐다"며 "버스노선도 몰라서 결국 동생이 데리러 오기로 했다"고 푸념했다.
안내를 맡은 김종재 대구시 택시물류과 주무관은"특히 타 지역에서 온 방문객들이 목적지까지 이동할수 있도록 일일이 시내버스 노선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택시 운행이 중단되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국인 보이(33) 씨는 "막 대구에 도착했는데 택시가 한 대도 없어서 이상했다. 동대구역에서 서구 북부정류장까지 어떻게 가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버스 노선도를 한참 살폈다.
존 휴이거(29·독일) 씨도 역시 "택시 파업 예정 소식을 어디에서도 듣지 못했다.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대구국제공항도 사정은 비슷했다. 공항 안에는 택시 파업을 알리는 안내가 30분 단위로 방송됐다. 미처 파업소식을 접하지 못한 이용객들은 볼멘소리를 냈다.
닷새간 태국에 다녀왔다는 백은주(47) 씨는"태국에서 9시간이 걸려 돌아왔는데 택시가 한 대도 없어 황당하다"며 "무거운 짐을 들고 시내버스를 타야하는데다 버스정류소에서 집까지 30분을 걸어가야할 판"이라고 했다.
택시 파업 사실을 한국어로만 안내한 탓에 하염없이 택시를 기다리는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미국인 존(50) 씨는"택시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안내를 받지도 못했고, 이유도 모른채 아까운 시간만 버렸다"고 했다.
◆병원 환자, 보호자도 불편 겪어
몸이 불편한 환자나 보호자들은 의료기관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지팡이를 짚고 택시를 기다리던 정대순(62) 씨는 "관절염 때문에 택시를 타고 다녀야하는데 30분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면서 "병원 예약 시간이 다돼가는데 갈 방법이 없어 난감하다"고 발을 동동 굴렀다.
이날 영남대병원은 오전 9시가 넘어서자 극심한 주차난을 빚었다. 채월순(70·황금동) 씨는 "장례식장에 왔는데 주차를 하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 결국 주차공간도 아닌 곳에 차를 댔다"고 하소연했다.
이 곳 한 주차요원은 "수요일과 목요일은 병원 방문객이 몰리는 요일인데, 파업 때문에 자가용 이용자가 크게 늘어 주차난이 극심했다"면서 "오전 9시 30분부터 주차장이 거의 마비돼 방문객들의 항의도 빗발첬다"고 털어놨다.
대구가톨릭대병원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전 11시쯤 대구가톨릭대병원 남문주차장은 주차 공간을 기다리는 차량 십수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600면 규모의 주차공간은 모두 가득찬 상황. 수신호로 안내하던 주차요원 김모(54) 씨는 "평소보다 차량이 10% 이상 늘어난 것 같다. 감당이 안 될 정도"라고 연신 땀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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