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선물같은 축제 '탄츠메세'

입력 2018-12-19 11:16:05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대구국제무용제 업무차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열리는 '탄츠메세'(Tanz Messe)에 참여한 적이 있다. 격년제로 열리는 탄츠메세는 25개국 이상 50개의 무용컴퍼니와 2천여명의 공연 관계자들이 참여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작품의 홍보와 교류, 거래를 돕고 있는 세계 최대의 댄스마켓 중 하나이다. 참여한 공연 관계자들과의 만남, 새롭게 알게 된 무용단 정보 등도 중요했지만, 이 기간동안 하루에 6-7편의 작품을 봐야 하는 일정에 허리가 휠 정도였다. 하지만 그 가운데 감동적인 작품 하나를 마주할 때, 이전의 수고를 모두 잊을 수 있게 해줬다.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김영남 카이로스 댄스컴퍼니 대표

그런데 이런 좋은 작품보다 내게 더 감동적이었던 것이 있었다. 그 해, 탄츠메세가 열리기 3일 전부터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주(州) 성립 70주년 기념축제가 있다하니, 비행기를 며칠 일찍 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윌리엄 왕세손과 메르켈 총리도 참여한다하니, '우연히 마주치지나 않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며 뒤셀도르프에 도착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쾌청한 8월의 말의 하늘아래 라인강변을 따라 수없이 길게 늘어선 부스들과 번잡해 보이는 축제 현장에서도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은 축제가 아니라 체험식 휴양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일으켰다.

보통 축제라고 하면 많은 인파들과 몇몇 볼거리의 공연들, 함께 간 아이들을 위해 부지런히 돈을 쓰며 체험을 하고 맛난 음식들을 먹었던 기억들로 가득했다. 여름방학을 맞은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함께 간 NRW 70주년 축제는 기존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꾸어 놓았다. 어린이를 위한 체험 및 프로그램들은 거의 무료였고, 비싼 재료가 쓰이고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고 시간과 정성이 오래 걸리는 데도 돈을 받지 않았다.

곳곳에 놀이기구가 있었는데 그것 또한 무료.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범버카와 회전목마, 꼬마 바이킹, 기차까지. 대관람차를 타고 반대편을 보면 프랭크 게리의 건축물을 비롯해 거장들의 예술품과 같은 건물들과 뒤셀도르프의 아름다운 미디어 하버가 함께 한눈에 들어왔다. 놀이동산도 아닌데 강 주변에 놀이기구가 있는 것이 처음에는 의아했었는데, 며칠간의 축제를 위하여 모든 놀이기구들을 설치하고, 무료로 운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서 무척 놀랐다. 3일간 축제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많은 것들에 놀라고 감동했다. 더불어 이것들을 만들고 계획한 사람들이 궁금해지고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문득, 지난 가을 안동의 한 축제장에 가서 겪었던 나쁜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은 독일의 축제와 대조된다. 열심히 참여해 만든 도자기가 택배비까지 지불했는데, 아직까지 오지 않았다. 부스 주인의 연락처도 모르지만 사진으로만 남아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적어놓은 연락처로 소식이 오려나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내년에는 대구에서도 선물같은 축제를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기대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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