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가 17일 법정에서 자신을 10년 넘게 구타해 온 조재범 전 코치의 만행을 폭로했다.
법정 증언 형식이긴 하지만, 구체적인 피해 사실을 열거했다는 점에서 성범죄 피해 폭로인 '미투'를 변주한 폭행 피해 폭로, '폭투'의 시발점으로 볼만하다.
이에 국내 스포츠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는 코치의 선수 폭행에 대한 폭투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물론 모든 코치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코치의 선수 폭행은 이따금 언론에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
체육계 사라지지 않는 선수 폭행의 바탕에는 "구타도 훈육"이라는 관점이 깔려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영화 '4등'(2016)에 잘 나타난다. 체육계 구타 관행 및 분위기를 잘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영화다.
극중 수영 코치 광수(박해준 분)는 초등학생 수영 선수 준호(유재상 분)가 부모님이 원하는대로, 즉, 입시에 필요한 점수를 얻을 수 있는 수영대회 메달권(1, 2, 3위)에 들 수 있도록 구타를 불사하며 가르친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일종의 '그루밍'(길들이기)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선 수영 코치와 선수의 부모가 선수(자식)에 대한 구타의 정당성, 필요성 등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한마디로 성적만 낼 수 있다면, 구타도 훈육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선수까지도 구타를 당하는 것에 대해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잘하면 칭찬을 받고, 못했으니 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논리에 빠지게 된다.
선수에 대한 구타가 오래된 관행이라는 점, 그래서 쉽게 사라지기 힘들다는 점도 영화에 잘 나타난다. 수영 코치 광수는 자신이 선수였던 시절 자신의 코치로부터 체벌을 받았던 사실을 회상한다. 여기서 자신도 자기 제자를 때릴 수 있다는 당위성을 심리적으로 확보한다는 분석이다.
17일 법정에서 조재범 전 코치는 "심석희 선수에 대한 악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23일 2018년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 낭독 옥중서신에서 조재범 전 코치는 "나도 전명규 전 부회장으로부터 머리와 뺨을 맞았다"며 "직업도 잃고 빙상계에서 설 자리도 잃을까 두려워 (심석희를 때리는) 올바르지 않은 일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 발언을 종합해보면, 영화와 비슷한 맥락의 사례로 해석된다.

그러나 스승과 제자 관계가 공고한 체육계에서 폭투는 심석희 선수의 예처럼 하나의 사건으로 드러나지 않는 이상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물론 진실을 드러내는 것을 막았던 이 같은 사제 관계는 앞서 일련의 미투에서 더는 장애물이 아닌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체육계 폭투 역시 앞으로 지켜볼 부분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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