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 조광래(64) 대표이사는 지난 15일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1대0 승리로 끝난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을 TV 중계로 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세밀한 패스, 빠른 공격 템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는 것이 그의 관전평이다. 국가대표 선수·감독 출신인 조 대표는 "쓸데없는 패스가 잦았던 예전 베트남 축구와 달리 효율적인 공수 전환이 돋보였다"며 "체력·전술 훈련이 충실하게 이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 대표가 이 경기를 주의 깊게 살펴본 것은 베트남 대표팀 박항서(59) 감독, 이영진(55) 코치와의 인연도 무관치 않다. 경남 산청 출신인 박 감독은 '이웃' 진주 출신인 조 대표와 수원 삼성에선 코치로서 한솥밥을 먹었고, 경남FC 감독을 앞뒤로 역임했다. 2009년부터 2년간 대구FC 감독을 지낸 이 코치는 조 대표의 FC서울 감독 시절 애제자였다.
조 대표는 "박 감독과 이 코치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면서 한국 축구 위상을 높여줘 대한민국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기 그지없다"며 "유소년 팀에 대한 지원만 지속된다면 앞으로 베트남 축구는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기회가 닿는다면 내년 3월 한국 대표팀과 베트남 대표팀의 경기를 전후해 대구FC 새 전용구장으로 초청해 개장 기념 친선경기를 치르고 싶다"고도 했다.
조 대표의 말대로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이룬 성과는 엄청난 파급효과를 낳고 있다. 국내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지상파에서 스즈키컵 결승전을 생중계했다. 케이블 스포츠채널을 포함한 결승 2차전 시청률은 무려 21.9%를 기록했다.
박 감독의 맹활약은 한·베트남 관계에서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 전망이다. 박 감독은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우승한 직후 기자회견에서 "모든 베트남 국민들과 우승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면서도 "저를 사랑해주시는 만큼 대한민국도 사랑해달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베트남 언론 역시 박 감독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SNS계정을 통해 "베트남 관중들이 베트남 국기와 태극기를 함께 흔드는 모습을 보면서 축구를 통해 양국이 더욱 가까운 친구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베트남과 한국이 각별한 우정을 다지며 밝은 공생번영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각종 국제대회마다 새로운 역사를 쓰며 베트남 국민으로부터 영웅으로 추앙받는 박 감독은 다음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는 2019 AFC 아시안컵에서 다시 한 번 도전에 나선다. 객관적 전력에서 우위로 평가받는 한국조차 5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 대회인 만큼 베트남이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박항서 체제는 더욱 견고해질 전망이다. 베트남은 이란·이라크·예멘과 D조에 속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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