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강의 LIKE A MOVIE]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입력 2018-12-12 11:18:33 수정 2018-12-12 16:54:34

영화
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관련영화: #겨울왕국 #미녀와야수 #신데렐라 #이상한나라의앨리스 #말레피센트

*명대사: "최고의 발명품은 너란다"

*줄거리: 크리스마스 이브, 대부 '드로셀마이어'의 파티에 참석한 '클라라'는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줄 황금 열쇠를 찾아 나선다. 대부에게 건네받은 황금실을 따라 마법의 세상 속으로 들어간 '클라라'는 호두까기 병정과 함께 3개의 왕국을 지나면서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을 만나 환상적인 모험을 즐긴다. 그러나 엄마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얻기 위해서는 모두가 두려워하는 네 번째 왕국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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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꼬마 소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꾸어봤을 법한 공주 페어리 테일이다. 게다가 디즈니 영화의 팬들이라면4년 전 '겨울왕국'의 신드롬을 추억하며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다. 그간 디즈니는 '미녀와 야수', '신데렐라'로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실사 영화도 잘 만들어낸다는 것을 입증해왔다. 이번에는 동화 속 공주처럼 완벽한 아름다움을 가진 메켄지 포이를 주인공으로 발레의 고전으로 익히 알려진 '호두까기 인형'을 실사화했다.

영화는 돌아가신 엄마의 유품에 담긴 비밀을 풀기 위해 클라라(메켄지 포이)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법 왕국으로 떠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 그 딸이 엄마의 과거와 4개 왕국을 둘러싼 진실을 알게 되고, 위기에 빠진 왕국을 구하고 귀한한다는 플롯을 담고있다. 제작진은 원작에 있었던 왕자님과의 로맨스를 과감히 걷어내는 대신 자주적이고 용기있는 소녀의 성장과 모험에 집중했다.

'호두까기 인형'이라. 제목은 들어봤을 법하지만 어떤 내용인지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다. 다시 말해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신선한 소재라 할 수 있다. 동화적인 분위기와 귀에 착 달라붙는 선율미도 좋으며 그 동안 디즈니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은 러시아풍의 비주얼도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원작의 배경이 크리스마스라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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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특이한 점은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곡으로 유명한 작품답게 서사의 상당 부분이 발레극으로 설명된다는 점이다. 이번 영화의 테마인 4개의 왕국에 대한 과거 스토리가 발레극으로 전개되는데 이는 원작이 발레 작품이라는 데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발레리나들의 공연과 마법같은 무대 미술을 더해 볼거리를 만들고 거기에 나레이션이 더해져 장황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구현하겠다는 의도다. 제작진은 4개의 왕국을 설명하는 이 발레극 부분에 총력을 다했다. 모든 것이 피어나는 꽃의 왕국, 얼음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눈송이의 왕국, 파스텔 톤으로 달콤함과 동화스러움을 더한 캔디의 왕국, 어둠이 지배하는 네 번째 왕국까지 비주얼아트로는 장식주의의 끝을 보여준다. 화면 어디를 봐도 빈 틈이 보이지 않는 맥시멀리즘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백인만이 나오는 '화이트워싱'을 떨쳐낸 캐스팅도 멋을 더했다. 전 세계를 뒤흔든 아프리카계 미국인 수석 발레리나 미스티 코플랜드가 발레 파트를 이끌고 클라라를 수호하는 호두까기 병정 대위 역의 제이든 포오라-나잇, 클라라의 대부 역의 모건 프리먼 역시 백인이 아니다. 이런 끝판왕 비주얼 위로 차이코프스키의 명곡이 흘러나와 품위를 더해준다.

문제는 여기서 호불호가 나눠진다는 것이다. 발레극이나 오페라 등 무대극의 단순화된 스토리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클래식 발레의 기품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서사에 초점을 맞추고 본다면 이 영화는 한 없이 뻔하고 유치할 수 밖에 없다. 발레극으로 상당 부분 할애된 러닝타임도 여기가 예술의 전당인지 극장인지 불만을 유발한다. 아무리 훌륭한 비주얼일지언정 새어나오는 하품을 막을 도리 없는 것. 이제 볼 만큼 본 수준 높은 관객들은 비주얼로 부족한 서사를 용서할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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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

그렇다면 이 영화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영화일까? 단순화된 스토리 구조에 신기한 볼거리를 더한 만듬새로 보아 아마 인기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지분을 다하는 것은 주인공 클라라 역의 메켄지 포이다. 메켄지 포이는 완벽한 미모로 스크린을 누빈다. 상상으로 그려도 이만큼 아름답게 그릴 수 없을 만큼 완벽한 미모에 그녀만의 매력과 연기력까지 갖추었다. '트와일라잇'에서 딸 르네즈미로 데뷔하여 눈도장을 찍었고 '인터스텔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어느 새 성장하여 스크린의 주역이 된 메켄지 포이는 바람직하게 정변한 헐리우드의 아이콘이다.

결론은 이렇다. '호두까기 인형과 4개의 왕국'은 눈호강과 귀호강을 즐기는 어른들과 동화보다 더 동화같은 이야기에 열광할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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