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제조업 쇠퇴 선진국
대학·지방정부 손잡고 위기 극복
국토부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도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 성공을
21세기 들어와 대학의 역할은 지식 보고로서 단순히 인재를 양성하는 기능을 넘어서고 있다. 공교롭게도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제조업과 도시가 쇠퇴하는 위기 국면에서 새로운 역할이 발휘되고 있다.
지금 대학은 축적된 지식·기술과 인재 풀을 기반으로 커다란 재정 지원 없이도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해 지방정부의 협력 파트너 역할을 담당하면서 도시와 지역을 재생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2002년 세계 최대 골리앗 크레인을 현대중공업에 1달러에 매각했던 스웨덴 말뫼시는 그 자리에 대학을 유치해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등에 집중함으로써 저탄소 친환경 도시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이렇듯 새로이 대학에 부여된 사명과 역할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지방분권화 시대에 지방정부의 가장 중요한 협력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2007년 대학 입학 희망자 수가 입학 정원 아래로 떨어지는 추세에 대비해 학교교육법을 개정해 '지역 공헌'을 대학의 새로운 사명으로 법제화했다. 이를 기반으로 지방정부와 협력해 대학이 지역 재생과 활성화의 거점이 되도록 했다. 대표적 사례로 요코하마시립대는 지역민을 위한 강의와 시설을 개방하고 마을과 도시재생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고 실행해 성공을 거두었다.
둘째, 정부의 재정적 지원 없이도 독자적 기획과 투자를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학들은 정부로부터의 재정 지원 없이 자발적 혁신과 투자를 잘 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 반면에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대학은 재정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없는 애크런시 정부 형편에도 불구하고 경영대학을 도심으로 이전하고 도심의 쇠퇴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헬스케어센터, 보건의료 시설, 기숙사 등을 설치하였다. 그 결과 타이어 산업의 쇠퇴로 죽어가던 도심이 다시 살아남은 물론 대학의 사회적 평판도 높아져 연구비와 기부금이 늘어나고 학생 수와 교육 수준이 향상되었다.
셋째, 지역 발전을 위해 대학의 독자적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학내 문제에만 매몰된 채로는 새로운 사명 수행은 물론 점점 어려워지는 대학의 경쟁력 회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 필라델피아시는 제조업 쇠퇴로 도시 중심이 슬럼화되어 캠퍼스 주변 치안에까지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주디스 로딘 펜실베이니아대학 총장은 도시재생 프로젝트 조직을 구성하고 부총장으로 하여금 각 단과대별, 학과별 진행 상황을 매일 점검하도록 했다. 또 매월 지역 주민들과 정기 모임을 갖고 지역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유펜(펜실베이니아대) 도시재생 프로젝트는 지역은 물론 대학 명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제조업이 어려워지고 도시가 쇠퇴하는 현상은 우리에게도 현실로 다가왔다.
내년도 대입 정원은 55만4천 명인 데 비해 수능 응시자는 53만 명 정도인 실정이다. 대학과 지역이 동시에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많은 선진국 사례는 이 위기를 극복함으로써 친환경·선진문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재생 사업도 이러한 선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에 선정된 '대구 북구 경북대' 사업은 대학타운형 도시재생 모델로서 지역 특화재생 사업 중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정책이다.
경북대는 1년 예산 규모가 3천억원이 넘고 2만7천 명에 달하는 학생과 교직원들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으로서 지역을 대표하는 지식과 인재의 허브로 성장했다. 이제는 인재를 키워 내보내는 소극적 역할에서 탈바꿈해 '위기 극복'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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