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쥐라기 괴물

입력 2018-12-11 09:03:51 수정 2018-12-11 09:40:43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2017년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녀평균 82.36세이다. 2008년 79.60세에서 9년 사이에 3년이 더 늘었다. 평균 연령 100세 장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설 것 같다. 미국 버밍엄대의 스티븐 오스태드 교수는 멀지않은 시대에 150세까지 사는 사람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반면 일리노이대 올샨스키 교수는 유전적 프로그램이 인간 수명 연장을 방해하므로 사람의 수명을 이처럼 늘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두 교수는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2001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 가운데 150세까지 살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하는 내기를 하기에 이르렀다. 각각 150달러씩 내어 펀드에 가입한 뒤, 2150년이 되는 시점에 내기에 이긴 사람의 후손이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2016년 네이처지에서 '인간 최대 수명은 114.9세다'라는 발표가 있고 난 후, 600달러로 판돈의 액수를 키웠다.

장수를 돕는 과학 기술로는 장기 이식, 기계 장기, 실험실 배양 장기, 생체공학, 유전자 가위기술이 있다. 유전자 가위기술은 문제있는 유전자를 쉽게 제거하고, 정상유전자로 바꾸어 주는 꿈의 기술이다. 지난달 26일 중국의 허제쿠이 교수가 유전자 가위를 이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받아들이는 유전자(CCR5)를 제거한 맞춤형 아기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영화로 보아왔던 쥐라기공원이 조만간 현실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실체는 영화처럼 그리 낭만적이지 않을 것이다.

지난 세기 나치독일이 우생학이라는 이름으로 집단학살과 끔직한 인체실험을 자행한 것을 목격한 바 있는 인류는 기대보다 두려움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사실이라면 엄벌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전자가위 크리스퍼 카스9의 개발자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는 '그의 실험 과정을 봤을 때 섬뜩했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였다.

모든 과학은 가치 중심적이다. 새로운 발견이 문제가 없고 윤리적으로 용납된다면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괴물을 키운 것이다. 2003년 인간게놈연구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하느님이 생명을 창조할 때 사용한 언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이 내려준 가장 신성하고 성스러운 선물에 깃든 복잡성과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그 어느 때보다도 큰 경외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라며 과학자들의 모임에서 종교적인 연설을 하였다. 과학의 진전이 있을 때 우리 인류는 철학자나 종교인의 목소리에 경청해야 한다.

송도영 대구파티마병원 과장(진단검사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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