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인문계열 수능 최고점 능인고 길준식 학생, 넉넉치 않은 가정환경 속 학교 중심 입시 성공

입력 2018-12-06 21:30:00

2019학년도 수능에서 대구지역 인문계열 최고점을 받은 능인고 3학년 길준식 학생. 수능을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길 군이 6일 수성구 용학도서관을 찾았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2019학년도 수능에서 대구지역 인문계열 최고점을 받은 능인고 3학년 길준식 학생. 수능을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길 군이 6일 수성구 용학도서관을 찾았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에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인문계열 최고점을 받은 능인고 3학년 길준식(19) 학생이 넉넉지 않은 가정 환경에서 학교 중심의 입시 성공 사례를 만들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길 군은 5일 배부된 수능성적에서 표준점수 414점을 받았다. 대구지역 재학생과 졸업생을 통틀어 인문계열 최고점이다. 국어영역에서만 2점과 3점 문제 한 개씩 틀렸다. 사회탐구과목은 동아시아사와 세계사를, 제2외국어는 아랍어를 선택했다.

대구 덕화중을 졸업하고 능인고로 진학한 길 군은 2학년 때까지 장래 희망이 의사였고, 관련 동아리 활동하는 등 자연계열에서 공부했으나, 3학년 때 인문계열로 과정을 옮겼다.

"주변의 관심 때문에 막연하게 의사를 장래 희망으로 삼았으나 생각할수록 회의감이 들었어요. 문과적 소질이 더 있다고 판단했고, 경제학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1, 2학년 때까지 줄곧 전교 5~6등을 유지했고, 인문계로 와서도 모의고사는 계속 1등이었다. 길 군은 3학년 때 교과 내신성적을 챙기지 않고 정시에 '올인'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 "문과 친구들이 3학년 때 합류한 저 때문에 내신 등급 피해를 입을까 봐 미안해서 그랬다"고 털어놨다.

그는 올해 수시모집에 논술전형에만 지원했으나 실제로 응시한 대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모의학력평가에서 만점을 기록하기도 했던 길 군은 EBS 연계교재와 기출문항집 중심으로 하루에 한 과목을 오랜 시간 공부했던 것이 자신만의 공부법이었다고 밝혔다. 올해 '불수능'을 치르고는 처음에 국어 때문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 2학년 때는 학원을 잠깐 다녔지만 3학년 때는 오로지 교실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토요일에도 학교를 나왔구요. 학교에서 개설하지 않은 탐구과목과 제2외국어만 인터넷강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3학년 담임 최상호 교사는 "길준식 학생은 거의 매일 밤 11시까지 교실에서 야간자율학습을 하면서 스스로 학업관리를 해 왔고, 자신만의 학습법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꾸준하게 '엉덩이의 힘'으로 공부해 왔다"고 말했다.

1남 1녀 중 차남인 길 군은 가정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의 격려를 큰 힘으로 생각해 왔다고 했다.

길 군의 부모는 "준식이가 수험 생활을 하는 동안 많은 지원을 못해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좋은 결과를 내 줘서 고맙고 원하는 분야에서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대학에서도 국가장학금을 받을 수 있어 학비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여긴다고 했다. 또한 바로 경제학과로 진학하기보다 자유전공학부에서 철학, 물리학을 비롯한 다양한 과목에 대해 탐색한 뒤 자신이 설계하는 융합전공을 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길 군은 수능을 마친 뒤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술은 내년 1월 1일 마셔 볼 생각입니다. 합법적인 자격이 되니까요. 대학 입학 전까지는 과외 지도를 해서 부모님의 부담을 덜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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