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거대한 세포분열, 세포마켓과 셀슈머

입력 2018-12-06 14:11:53 수정 2018-12-06 21:05:48

세포가 분열하듯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지고 있는 시장을 의미하는
세포가 분열하듯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지고 있는 시장을 의미하는 '세포마켓'이 내년 유통가를 뒤흔들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사진은 동영상 등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크리에이터 및 인플루언서들.

매년 연말이 되면 새해 소비트렌드를 미리 연구해 발표하고 있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트렌드 코리아 2019'를 통해 내년 소비 트렌드을 발표하면서 'PIGGY DREAM(돼지꿈)'으로 명명했다. 컨셉팅, 세포마켓, 뉴트로, 필환경시대, 감정대리인, 데이터지능, 카멜레존, 밀레니얼 가족, 나나랜드, 매너소비자 등 10개의 키워드 앞글자만을 따서 만든 단어다.

내년도 주목할만한 다양한 키워드 중 눈에 띄는 새로운 단어 중 하나가 '세포마켓'이다. 세포마켓은 세포가 분열하듯 개인 단위로 잘게 쪼개지고 있는 시장을 가리키는 신조어다. '세포마켓'이 인기를 끌면서 생겨난 셀슈머(cell+cunsumer)란 단어도 떠오르고 있다.

◆1인 미디어 전성시대, 세포마켓 인기
1인 미디어의 등장은 미디어 판 자체를 흔드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유통업에도 대 흐름의 전환을 만들었다. 이들이 1인 으로 인해 미디어 판 자체가 뒤집혔다. 최근에는 미디어 뿐만 아니라 유통의 판이 흔들릴 정도로 유통 흐름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영향력이 거대해졌다. SNS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개별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1인 미디어에서 1인 마켓으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합하는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세포마켓을 이끄는 1인 마켓의 주인공은 동영상 콘텐츠 위주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온라인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들이다. 누구나 온라인에서 가게를 열고 물건과 서비스를 팔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진데다, 거대 플랫폼과 각종 비대면 결제 서비스의 발달은 '세포마켓'과 '셀슈머'의 등장을 촉진했다.

개인이 상품을 판매하는 SNS부터 기업까지 세포마켓의 유형은 다양하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자신의 '팔로워'들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SNS 채널, 백화점과 홈쇼핑 등 크리에이터와 협업해 한정판 혹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전통 유통 채널', 유튜버들의 주된 활동 공간인 '영상 콘텐츠' 등 세포마켓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 중이다.

여기서 판매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콘셉트'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격 대비 만족도나 품질보다 상품의 콘셉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마케팅이 아닌 콘셉팅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비싸도 좋으니 특별한 감성을 구매하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하는 등 확실한 콘셉트를 내세운 제품이 더욱 인기를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홈쇼핑업계도 변화의 바람
SNS 활성화가 활성화되면서 홈쇼핑업계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새롭게 불고 있다. 홈쇼핑 업계의 간판 역할을 했던 '스타 쇼호스트' 대신 유명 인플루언서 등을 영입하는 곳이 늘고 있는 것이다. 아예 대형 홈쇼핑 업체들이 나서 젊은층에 영향력이 큰 1인 미디어르르 키우는 사업에도 진출중이다.

CJ ENM 오쇼핑은 최근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1인1마켓'을 뜻하는 '세포마켓'을 선보이고 있다. 모바일 생방송 전용 채널 쇼크라이브의 '인싸쇼핑'에는 온라인에서 유명한 푸드 크리에이터 '소프'가 출연해 방송 전 선판매에서만 1차 물량을 소진하고 방송중 1만4천여팩을 판매하며 화제를 모았다. CJ는 모바일 전용 채널에서 인플루언서 혼자 쇼핑 방송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신설하는 등 모바일 쇼핑에 힘을 싣고 있다. 최근에도 다이아 티비 파트너 뷰티 크리에이터 '깡나'가 쇼크라이브에 출연해 고객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롯데홈쇼핑도 지난 4월 인기 크리에이터의 개인 방송과 홈쇼핑 방송을 결합한 모바일 생방송 '쇼킹호스트'를 선보인 데 이어 이달 초 크리에이터 양성 과정인 '쇼핑 크리에이터 아카데미'를 열었다. 또 현대홈쇼핑의 인터넷 종합쇼핑몰 현대H몰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패션·잡화 브랜드를 한데 모은 온라인 매장 '훗(Hootd)'을 운영 중이다. SNS 인플루언서 8명이 선별한 각 분야의 제품 200여개를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피해, 주의 필요
내년 소비자 트렌드로 '세포마켓'이 제시될 정도로 1인 마켓이 양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 신뢰도에 있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다.

서울시전자상거래센터가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SNS 이용 조사에서 SNS 이용자의 절반이 1인 마켓을 이용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해외 상품이나 인플루언서가 본인의 SNS에서만 판매하는 자체제작 상품 등을 구하기 위해, 가격이 저렴해서 등의 이유로 1인 마켓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 SNS 쇼핑 관련해 접수된 소비자 상담은 498건이다. 2017년 상반기 대비 18% 증가했다. 네이버밴드와 인스타그램이 2배 이상, 카카오스토리에서 1.5배 이상 쇼핑 관련 소비자 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 SNS에서 특히 1인 마켓에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상당히 그 과정이 번거롭다. 가격을 비공개로 하고 있는 경우도 많아서 댓글로 가격을 문의해야 하고, 현금 결제만 가능한 경우도 많다. 통신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은 사업자도 상당수인데 이럴 경우 제품에 문제가 있을 때 환불이나 반품이 어렵고, 사업자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아 사업자 등록, 세금 신고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 때문에 1인 마켓에서 물건을 구입할 경우에는 믿을 만한 곳인지 꼼꼼히 살펴보고, 추후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거래 기록이나 화면 등을 캡처해 보관하는 것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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